퇴근 후 장을 보기 위해 시장에 들리니 홍시 8개를 4000원에 팔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6개에 5000원으로 선뜻 바구니에 담기 어려웠는데, 그사이 가을이 깊어지며 홍시 수확도 늘어났고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어느 분야에나 적용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선업계가 컴파운드 가격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 특수성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생산제품의 가격을 올리면 된다. 또 최근 코로나19로 전선 수요가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원자재가 부담스러운 만큼 생산을 단축하거나 중단하면 될 일이다.

과거 중동 건설 붐으로 호재를 맞았던 전선업계는 이후 몸집을 키워나갔고 지금의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생산하는 ‘케이블’ 자체가 특별하게 큰 기술을 요구하지 않다 보니 차별화된 제품보다 가격이 경쟁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때문에 케이블 생산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리 매입 비법은 전선업체의 경쟁력과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다른 산업군처럼 원자재인 컴파운드의 가격 상승분을 제품의 반영하면 스스로 경쟁력을 줄이는 셈이 된다.

과잉생산, 과잉공급은 오래전부터 전선업계의 숙제였지만 가격담합 등의 문제로 이를 풀어내기 쉽지 않다. 업체들이 의견을 모아 생산을 줄이는 방법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수익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모두가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필요하다. 아니라면 수요처를 늘리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방법도 있다. 물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선업계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균형화를 풀어내야 한다. 건강한 시장구조를 만들어 이번처럼 외부의 영향에 흔들릴 가능성을 줄여나가야 한다. 해가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전선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 모두가 체질개선의 고민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300년이 지나서야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교수 앤드류 와일즈에 의해 풀렸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난제의 답을 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자들은 도전을 이어갔고 답을 얻는 데 성공했다. 설마 수요와 공급 문제의 해결이 이보다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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