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신재생에너지융합PD
김성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신재생에너지융합PD

최근 중국 남부지방에 한 달 넘게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싼샤(三峽)댐에 관한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다. 초점은 수위상승으로 댐 붕괴의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싼샤댐은 발전설비용량 22.5GW인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로 연간 80~100TWh의 전기생산으로 약 7000만~800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가려져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력에너지 보유국으로 전 세계 수력발전 설비용량의 27%(356GW, 2019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수력발전은 지금도 전 세계 전력공급의 16%를 담당하는 중요한 에너지자원으로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하는 목적 외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원이다.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0.047$/kWh(IRENA, 2019년)인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발전방식으로 선호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용량에서 수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6.5GW)로 그 비중은 비록 작지만 저렴한 운영비로 상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수요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설비로 그 유용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수력발전은 전력을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채 5분 남짓으로 전력수요량 변화에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주기 대용량의 에너지 저장설비다. 이러한 속응성 덕분에 첨두(peak)부하와 주파수 조절로 전력계통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력발전의 역사는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5년 평안북도 운산군의 운산수력발전소를 시초로 남한에서는 1931년 전라북도 정읍에 운암수력발전소가 건설됐다. 이후 2012년 예천양수발전소 건설까지 전체 57기에 이르지만 실상 주요 설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오고 있다. 이제는 설비 노후화로 개체 순환 주기가 도래해 성능개선(retrofit)을 위한 현대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화사업은 성능이 저하된 발전설비를 최신 기술을 적용, 발전기 출력과 효율을 증가시키고 ICT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모니터링, 상태진단, 유연 운전 및 스마트제어로 수력 발전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드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시행된 현대화사업은 국내 수력 산업의 생태계 미비로 대부분 해외 선진기업의 차지로 아직도 수입 의존의 굴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15건의 현대화사업의 경우 단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수차(turbine)-축(shaft)-발전기(generator) 등의 주기기는 미국(GE), 일본(Voith-Fuji, HM hydro 등), 프랑스(Alstom), 오스트리아(Andritz) 등의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제품을 사용했다. 국내 개발 1건의 경우에도 국내 D중공업이 알스톰과 라이센싱으로 제작·납품했을 정도로 실적이 초라하다.

이런 현대화시장에서 국내기업이 이니셔티브를 가지려면 시스템 이용효율의 기술적 우위와 시간, 비용, 위험을 줄이는 공법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시장규모가 작고 설계 및 기기(수차, 발전기 등) 제작에서 원천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수력설비는 유량, 낙차, 댐의 구조 등의 입지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설계와 기기 제작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경험 축적과 노하우를 가지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선진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 돼 가고 있다.

IHA(국제수력협회)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전 세계 수력발전 용량은 1308GW로 발전량은 4306TWh에 이른다.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SDS)는 향후 수력발전은 매년 3%씩 성장해 2040년에는 총 설비용량이 2000GW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매년 30년 이상된 약 600GW의 노후 설비의 현대화사업으로 연간 12~16GW의 성능개선이 진행돼 글로벌 빅-마켓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시장도 향후 신규양수(3.3조원), 노후 수력 성능개선(1.4조원) 등 적지 않은 사업 물량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도 전체 발전원의 약 60%인 5.0GW 정도가 수력발전설비로 이중 절반에 가까운 발전설비가 40년 이상된 노후 수력발전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 기술개발은 규모가 작은 10MW 이하 소수력에 집중해 상당한 기술력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중‧대형 수력은 일본, 유럽 등 해외 제작사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제품이면서 시장성이 가장 큰 30MW급 프란시스(francis)수차, 펠턴(pelton)수차 발전기의 기술개발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이와 같은 국내‧외 상황을 파악하고 2021년부터 노후 수력발전 시스템 성능개선과 상태진단 기술개발에 착수한다. 이번에 추진하는 기술개발은 국내 수력 발전사(史)에 큰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설계-제작-조립-시운전&유지보수의 전 공정 기술자립을 통해 수력발전 현대화시장에 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 양수발전 기술적용, 그리고 동남아, 북한 등의 해외시장진출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가지고 기획됐기 때문이다.

수력 산업의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수력발전은 재생에너지로 발전량으로 인정을 하면서도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는 설비용량 5000kW 초과 설비에 대해서만큼은 공급의무자의 자체 이행분으로만 활용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투자유치와 우수기업의 시장진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거래형 공급인증서 발생으로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 또 댐이나 저수지 없이도 수력발전이 가능한 생활형 마이크로 수력 발전시장을 가로막는 안전관리자 채용(설비용량 20kW 초과시 안전관리자 선임의무)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안전관리는 설비용량 1000kW 이하의 경우 전문업체에 안전관리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수력발전은 전력계통의 신뢰성과 전기 품질 유지를 위한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화석발전원에 비해 시장규모가 작고 수력 운영사인 한수원, 수자원공사로 이원화된 비효율적인 시장운영과 관리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또 첨단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술개발과 산업육성도 소홀히 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화력 중심의 전력산업이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력발전은 에너지전환의 중심축으로 변동성 재생에너지(VER)의 안전판과 같은 기능과 역할이 재조명돼야 한다.

때마침 작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UN기후변화회의(COP25)에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변동성 재생에너지를 전력 시스템에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핵심사업으로 유연수력 프로젝트(XFLEX, Hydropower Extending Power System Flexibility)를 승인하고 수력발전 기술 솔루션의 시스템 통합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한국수력산업협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수력산업 육성을 위해 산학연이 협력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기술개발 추진을 통해 국내 산업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아무쪼록 막 시작된 수력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 건전한 공급체인을 굳건히 하고, 선진사와의 기술격차를 뛰어넘는 퍼스트 무버 국가가 되길 기대해 본다.

<표> 국내 수력발전소 현황

김성수 PD 프로필

▲동국대학교 신재생에너지공학박사 ▲전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전 재생에너지3020계획 간사 ▲산업부 에너지안전, 갈등관리전문위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신재생에너지융합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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