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자살 예방 위해 ‘생명사랑 그림자 조명’ 운영
코로나19 여파로 우울한 일상, 극단적 선택 예방효과 기대

서울시 강동구가 구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6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생명사랑 그림자 조명’을 설치했다. 사진은 천호동 공원 인근에 설치된 그림자 조명.
서울시 강동구가 구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6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생명사랑 그림자 조명’을 설치했다. 사진은 천호동 공원 인근에 설치된 그림자 조명.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구청장 이정훈)가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여파로 우울함에 빠진 시민들을 위해 조명을 활용, 이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강동구청은 자살예방 홍보사업 일환으로 구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6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생명사랑 그림자 조명’을 설치, 운영 중이다.

그림자 조명은 빔 프로젝터와 유사한 LED 조명을 활용해 그래픽 문구나 이미지를 벽이나 바닥에 비추는 장치다.

강동구는 그림자 조명에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등 문구를 담아 시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으며 24시간 자살예방 상담 전화번호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강동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주민들의 우울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강동구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생계위험에 처한 시민들이 늘어나고, 사회적 관계가 차단된 사람들의 경우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 확산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으며 당분간 이런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민들의 일상에 새로운 환기가 필요했다고 강동구는 강조했다.

현재 강동구청은 통계청 및 지역 경찰서와 협의해 자살 고위험 지역 중 유동인구가 많은 곳 6곳을 선정한 뒤 그림자 조명을 설치했다.

강동역 4번 출구에 설치된 그림자 조명
강동역 4번 출구에 설치된 그림자 조명

설치 지역은 ▲일자산 등산로 입구 ▲천호동 공원 인근 ▲암사역 1번 출구 ▲굽은다리역 1번 출구 ▲강동역 4번 출구 ▲명일동 윈터근린공원 입구 등이다.

특히 그림자 조명은 사람이 우울해지는 저녁시간에 눈에 띄기 때문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이나 하교하는 학생 등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동구 주민들은 퇴근시간 지하철에서 나오거나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릴 때, 밤에 산책을 할 때 문득 그림자 조명의 문구를 마주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고 전하고 있다.

생각지 못한 공간에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응원 멘트를 마주하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림자 조명은 태양전지를 활용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며 지면 홍보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강동구는 이전에도 자살예방 홍보 사업으로 리플릿이나 지면 등을 활용해왔지만 이는 직접 배부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 소요되고 홍보가 끝나면 대부분 버려져 쓰레기가 다량 배출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정혜정 강동구청 건강증진과장은 “그림자 조명은 잔존물이 발생하지 않고, 인쇄물과는 달리 문구나 그림을 유동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며 “연료 또한 자체 태양광 전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동구는 코로나19로 심화된 주민들의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 다양한 심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심리 방역’에도 힘쓰고 있다.

‘콩나물 키우기 키트’, ‘반려식물 다육이’ 등을 통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정서적 지지와 모니터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정 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주민들이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고 있다”며 “그림자 조명을 비롯한 강동구의 자살예방 활동이 주민들의 심리적 고통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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