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3년 영국수상 F.노스는 미국 식민지 상인에 의한 차(茶) 무역을 금지시키고 동인도회사에게 독점권을 부여했다.

지나친 간섭과 세금폭탄에 격분한 보스턴 시민들은 동인도회사의 선박 두 척을 습격, 실려 있던 차를 모조리 바다로 던졌다.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을 계기로 영국정부는 식민지 탄압을 더욱 강화했지만 보스턴 시민들은 ‘혁명정부’의 모체를 구축, 미국 독립을 촉발시켰다.

조선시대에도 조세저항은 거셌다.

지배 계층의 부정부패와 가렴주구(苛斂誅求)로 인해 벼랑 끝 삶으로 내몰린 백성들은 목숨을 내걸고 저항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재정의 핵심인 삼정, 즉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정(還政)이 문란해지자 반작용으로 일어난 홍경래의 난(1811년)과 진주민란(1862년)이 대표적이다. 현대사에서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은 부마항쟁의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불평등한 조세제도와 이에 따른 조세저항은 사회를 변혁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유보소득 과세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내년부터 오너 일가 지분율이 80%를 넘는 회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유보금을 쌓아두면, 사실상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걷겠다는 방침이다.

사내 유보금으로 부동산을 구매하고 슈퍼카를 타거나 자녀 유학을 보내는 등의 꼼수 증여와 탈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이 소득세율보다 훨씬 낮은 것을 악용하는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80% 이상인 법인을 사실상 개인사업자로 판단, 세법상 ‘개인유사법인’으로 정의했다.

그런데 이를 적용하면 국내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개인유사법인에 해당한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80%를 초과하는 것은 별로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력 제조업계의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거의 모든 중소 회원사가 개인유사법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유보소득 과세는 중소기업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에서도 비상장 중소기업 중 개인유사법인은 절반가량에 육박했다.

현실적으로 정상적 유보소득과 탈세 목적의 유보소득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맹점이다.

더구나 기업들이 유보금을 적립하는 이유는 대부분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자금, 신사업 진출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주요 주주에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 라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악의적 조세 회피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대다수 선량한 중소기업이 애꿎은 피해를 볼 여지가 적지 않아 보인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세정책의 대 원칙은 특권층의 우선적 대우를 배제하고 모든 국민에게 능력에 따른 세금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이 틀을 벗어나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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