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GW 해상풍력 개발 계통연계 등 대규모 사업 이끌 ‘대마’ 필요 글로벌 유틸리티 신재생・전력망 중심 재편…해외경쟁력 높여야

한국전력공사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한국전력의 신재생발전 참여 문을 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기사업법 7조에는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내 단일 판매사업자인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을 막는 법적 장치였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당시 발전과 판매를 분리하면서 판매시장을 독점하는 한전이 발전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독과점을 우려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발전분야에 경쟁이 도입되고 LNG, 신재생발전에 민간의 참여가 많아지면서 발전과 판매 겸업을 금지한 전기사업법 개정 움직임이 이어졌다. 또 전력공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계통운영의 장점이 있는 한전을 참여시켜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전에게 신재생에너지에 한해 발전과 판매 겸업을 허용하는 법안은 5년 전인 2015년 지난 19대 국회 당시 노영민 산업통상자원부 위원장(현 대통령 비서실장)의 법안 발의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의 반대로 소위에 채 상정되지 못하고 검토만 하다 폐기됐다.

두 번째 참여요청은 2015년 10월 20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성동구갑)을 포함한 10명의 산업통상자원위원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사업 참여 허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파리협정이 발효됐고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대응이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조직, 인력, 예산을 두루 갖춘 한전이 나서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도 정부와 국회 일부에서 반대하면서 개정은 실패했다.

<전기사업법 추진경과 표>

송갑석 의원의 전기사업법 개정은 3번째 발의다.

송 의원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해상풍력단지 개발 등 체계적인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의 추진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초기 투자규모가 크고 전력계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해 민간 기업만으로는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공기업 중심으로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민간 기업이 동참하는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제7조 제3항 단서에 ‘각 호’ 를 신설해 한전의 참여가 가능토록 했다. 시장형 공기업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재생 발전사업을 하는 경우 ▲ 배전사업과 전기판매사업을 겸업하는 경우 ▲ 도서지역에서 전기사업을 하는 경우▲ 발전사업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전기판매사업을 겸업하는 경우 신재생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했다.

12GW 해상풍력 개발 계통연계 등 대규모 신재생사업 이끌 ‘대마’ 필요

글로벌 유틸리티 신재생, 전력망 사업 중심 재편...한전도 변화 필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정치권이 한전의 신재생발전 사업 참여를 추진한 것은 신재생 공급목표 달성을 위한 리딩기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34년까지 신재생 발전설비 78.1GW (설비비중 40%)를 구축할 계획이다. 2019년말 기준 신재생발전의 설비용량이 16.1GW인 것을 감안 한다면 앞으로 매년 4.13GW의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매년 원전 4기 용량의 신재생설비를 구축해야 하는데, 대규모 사업개발 없이 지금처럼 1MW 이하 중심의 발전설비 구축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 보인다. 2019년말 기준 1MW 이하 소규모 사업이 건수 기준 98.1%를 차지한다. (6만1219건 /전체 6만2363건).

정부는 지난달 17일 ‘해상풍력발전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12GW를 준공해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때문에 대규모 사업단지 개발이 불가피하고,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기업으로 ‘한전’이 최적으로 꼽히면서 그동안 정치권은 법을 개정해서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일단 대규모 발전단지 개발을 통해 신재생발전의 발전원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한전의 참여가 발전원가 관리 차원에서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 발전단지 개발시 송변전 설비 계획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개발할 경우 난개발·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다. 또 현재 2% 대인 전력채를 활용한 자금조달 능력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는 사업비 절감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그동안 다양한 신재생발전에 참여했다. 발판겸업 금지 때문에 직접 참여보다는 SPC를 설립해 간접 참여를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밀양 희망빛 발전사업 ▲학교옥상 태양광 사업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 ▲새만금 풍력사업 ▲제주 한림해상풍력 등이다.

SPC 중심의 참여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돈을 빌리는데 이자가 높다. 신재생 등 발전 사업은 투자비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PF 자금조달시 SPC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고 결국 사업 성패와 연결된다.

한전 자체 분석결과 신안1.5GW 해상풍력에 직접 참여할 경우 SPC 참여보다 금융비용에서 1조 1000억원 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개발 노하우 축적이 힘들다.

한전 SPC 관계자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의 경우 PF, 사업개발, 주민민원 대응 등 기존의 발전사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이지만, SPC로 참여해 사업을 진행할 경우 매뉴얼을 만들 수 가 없다”며“ 전문인력 양성도 힘들고 체계적인 사업관리 및 운영이 안돼 기술을 축적할 수가 없다” 고 말했다.

한전의 참여는 신재생분야 국내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신재생 발전을 확대하면서 우려하는 것이 외국제품의 의존도 확대다. 소위 기술과 가격 경쟁력 때문에 태양광과 풍력발전에서 국산제품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 됐다. 하지만 한전이 대규모 신재생개발을 통해 제품 공급비용을 낮추고 국산제품 의무구매비율 등을 통해 산업을 육성한다면 국내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대규모 발전단지 과정에서 공동접속설비 구축 등 민간이 참여하는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산업 생태계로 성장할 수있다. 관련 기술 축적에도 장점이 있다.

한전 관계자는 “신에너지는 기술개발이 필요한 분야에 참여해 기술개발에 투자해 산업을 육성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는 대규모 사업을 개발해 관련 분야 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의 신재생발전사업 진출은 세계 전력 유틸리티 시장의 변화에 적응해 재생에너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신재생과 전력망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은 글로벌 유틸리티의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유틸리티들은 기존 발전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신재생과 전력망을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탈리아 국영 전력 유틸리티인 Enel은 2018년 기준 864억 달러의 매출에 107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프랑스 국영 전력 유틸리티인 EDF도 814억 달러의 매출에 51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Enel과 독일의 E.ON은 전체 영업이익 중 신재생과 배전망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글로벌 유틸리티의 사업구조 변화는 한전 등 국내 전력 유틸리티의 중장기 사업구조 전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설비용량과 지배구조가 한전과 유사한 ENEL과 EDF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재생과 전력망 분야 투자확대를 통해 관련분야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한전은 정부의 전기요금 결정 방향에 따라 영업이익이 결정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유틸리티간 경쟁에서 밀 릴 수 있으며, 2040년까지 11조 달러(1경3035조) 규모로 커지는 글로벌 신재생 시장 진출을 위해선 국내시장에 진출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며 해외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전력망 독점에 대한 우려, REC 가격 하락 시장 혼란스러울 수 있어

풍력사업 40MW 이상이 95%, 개발할 곳도 없고 발전공기업과 경쟁 불가피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는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민간 사업영역 침해에 대한 우려다. 한전의 신재생발전사업 참여에 대해 발전자회사 및 민간사업자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전은 자본과 조직을 갖추고 있다. 계통운영 계획 등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망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보고있다. 전력분야 한 관계자는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계통접속 문제인데, 한전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통이 유리한 곳을 한전이 선점 한다면 경쟁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전도 이런 우려를 인식해 해상풍력, 영농형·염전 태양광 등 핵심기술 기반 대규모 사업을 중심으로 참여하겠고 말한다. 대규모의 기준이 모호할 수 있지만, 20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할 당시 논의됐던 것이 40MW 이상 사업이다. 2019년 말 기준 전체 사업 6만 2363건 중 0.03%인 20건 (용량기준 19%)이 해당된다.

신재생사업자들은 한전의 참여로 REC가격 하락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REC물량이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사업 참여 방식은 기존의 발전사들과 마찬가지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의무량을 할당받는 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전체 의무량을 기존의 공급의무자인 발전사들과 나눠 가질지, 아니면 추가로 의무량을 할당받을지 기준이 필요하다.

발전과 판매 부문이 분할된 상황에서 신재생 발전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한전 분사 취지를 훼손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신재생업계 관계자는 “발전공기업과 업계는 한전의 시장진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40MW 이상은 풍력에서 보면 대형사업이 아니다. 풍력사업 용량의 95%가 40MW 이상에 해당한다. 풍력은 최소 500MW 이상, 먼 연계선에 대해 제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개발할 수 있는 입지도 없을 뿐더러, 발전공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경쟁이 될 수 있느냐”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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