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기업활동·고용 위축, 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발전·제철·조선·건설 등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
2·5 당정합의에 역행한다는 지적도...공든 탑 무너지나

발전설비의 운용·정비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돼 발전업계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해당 인력을 직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 여당이 ‘2·5 당정합의’를 어긴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나주화순)은 지난달 29일 ▲발전소, 제철소, 조선소 등 기계류의 운용·정비 작업과 건설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의 도급금지 ▲방호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 ▲산업재해 은폐 사업장·사업주 공개 ▲공정안전보고서 열람 요청 권한 등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이 발의되자 업계는 곧장 “도급금지 확대에 반대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전기공사협회는 “발전정비 분야는 현저히 낮은 수준의 산업재해율을 유지하고 있어 입법 목적인 위험의 외주화와 배치된다”며 “기업 인력운용의 자율성·효율성을 현저히 제약해 기업활동과 고용을 위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공사협회는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2017년 기준 8431억원 규모의 발전정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167개 전문기업이 폐업하고 소속 근로자의 실직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산업 자체를 국유화하는 경우 정부·공공기관 조직 방대화, 시장간섭에 따른 자유시장체계 혼란, 관련 산업 퇴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발전사 협력기업 관계자는 “이 법률안이 통과된다면 발전, 제철, 조선, 건설 등 국가 전반적인 산업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법안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긴 했는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상호 경상대학교 교수는 “산업보다 안전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도급을 금지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경영권을 제한하는 도급금지 조치는 산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입법 과정에서 균형을 잃지 않도록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발전산업의 직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지난해 2·5 당정합의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2월 5일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경상정비 분야 고용 안정성 개선방안 마련 등을 포함한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전산업 직고용을 강행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법적 문제들이 많았고 산업생태계 파괴와 노·노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해 직고용은 합의에서 제외됐다.

발전업계와 발전정비업계는 2·5 당정합의에 따라 구성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에 협조하고 지난해 12월 발전산업 안전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조치를 이행해오는 등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 의원을 포함해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14명이 모두 여당 의원이라는 점은 발전 산업계와 노동계, 여당과 정부 등이 어렵게 타협을 이룬 당정합의를 여당이 스스로 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합의 이행’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을 이해하고 감내하는 상황에서 여당의 개정안 발의가 “판을 깼다”고 받아들여지는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어 발전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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