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 9월 전원믹스 공론화 앞두고 여론 악화
탈원전과 동시 추진시 전기요금 급등·에너지안보 우려

올 여름 기록한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석탄발전 퇴출 여론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미세먼지 주범으로 찍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된 석탄발전은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집중호우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설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9월 중에 500여 명의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전기요금 현실화와 국가전원믹스 조정 등 굵직한 현안을 공론화 할 예정이어서 탈석탄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정책제안이 나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된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정책제안은 정부가 정책에 반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해도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봄·겨울철 석탄발전소 가동 중지를 제안해 정부가 받아들인바 있다.

물론 탈석탄은 국제적인 추세인데다 미세먼지라는 국내적 요인과 국제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탈원전을 선포한 상황에서 탈석탄까지 앞당길 경우 전기요금 급등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대신 석탄발전과 LNG발전을 대폭 늘렸다. 석탄발전소를 신규로 50기를 건설한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당면하면서 이중 13기는 건설을 중단했다. 대신 발전효율이 높은 초초임계압(USC) 이상급 신형 발전기는 유지‧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석탄발전을 아예 퇴출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면 중단했던 원자력도 일부 재가동을 시작해 최근 공표된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22%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급등을 막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적정 전원믹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올해처럼 LNG 가격이 석탄보다 저렴해 석탄 발전량이 줄고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길어야 몇 년이고, 가스는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해서 가격이 급등하거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가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국내산업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은 국산기술이 선진국 수준이어서 수출도 가능한 반면,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그 결과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에너지전환을 급격히 추진할 경우 원전과 석탄사업에서 가스,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사업 전환을 이루지 못한 두산중공업의 경영악화에서 보듯이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불가피하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환경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탈원전, 탈석탄이 필요하지만,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경제성, 전기요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적정 전원믹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국가기후환경회의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냉정하게 고민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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