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용 전기공사공제조합 자문 노무사
박삼용 전기공사공제조합 자문 노무사

““you’re fired!(넌 해고야!)”

미국 영화를 볼 때 가끔 듣게 되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대부분 사람은 ‘사장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저렇게 쉽게 해고할 수 있냐’고 의아해할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노동법과 미국 노동법의 차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해고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지만,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고용방식인 ‘임의고용’ 방식으로 채용했을 경우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에서 직원을 해고하는 데 있어 정당한 사유와 타당한 근거가 없어도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돼 있다.

우리나라 노동법의 이러한 엄격한 해고 요건 때문에 ‘고용할 자유는 있지만 내보낼 자유는 없다’는 이야기까지 생겨나는 것이다. 해고하지 않아도 될 성실하고 유능한 직원 채용이 기업 인사 정책의 1순위가 되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다. 그런데 채용과정에서는 모든 조건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돼 채용했지만, 채용 이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기업에서 이러한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면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기업에서 직원을 처음 채용할 경우 1년 이하의 단기계약을 한다든지 수습 기간을 둔다든지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채용단계에서부터 부당해고의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근로계약서 작성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해고가 성립되는지 의아해할 수 있지만, 대법원은 합격통지서(채용내정) 발송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되고 이후 사업장의 사정으로 채용내정을 취소할 경우 해고가 된다는 것이다.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상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 부당해고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종면접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합격통지서’가 아닌 ‘채용 예정 통지서’를 발부하는 것이 안전하다. 채용 예정은 채용내정과 달리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 것이 아니므로 그 내용도 채용 예정의 성격에 맞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

채용한 이후에는 최초 3개월을 ‘수습 기간’으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습 기간을 인건비 절감, 견습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습직원은 쉽게 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수습 기간이란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배우기 위한 ‘견습 기간’이므로 그 기간 해고는 정식직원의 해고와 같다.

그런데 수습 기간에도 적법하게 해고할 방법은 있다. 그것은 ‘수습 기간 중 일정한 평가를 통해서 본채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문구가 계약서 또는 취업규칙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경우다. 수습 기간 중 평가를 통해 부적합 판정을 받아 해고한 경우 대법원은 그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수습 기간을 거쳐서 정식직원이 된 경우에는 직원을 해고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 요건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고민하는 근무태도 불량이나 근무실적 부진 등 ‘저성과자 해고’는 더더욱 어렵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장의 경영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직원을 맘대로 정리할 수 없어 돌파구 찾기가 더 어렵다. 버티다 버티다 결국 마지막 해법은 사업을 접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게 되면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고 장기실업자는 증가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과 국민이 받게 된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과 같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크면 일시적으로는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기업은 긴축운영을 통해 회복력을 강화해 빠른 속도로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유연성에 대한 가치판단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 중의 하나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치권에서는 진심으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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