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생산성, 인력절감 등 전 분야에 영향
실패율 70%…CEO의 관심과 전략 중요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Digital Transformation)’은 최근 기업의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가장 화두가 되는 단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인력절감, 생산성 향상, 사업 다각화 등 구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에너지 절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DX의 의미와 업계 전반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그리고 DX에 실패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모든 것을 디지털로 혁신한다

번역 그대로 DX는 ‘디지털 전환’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모바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기업마다 정의는 조금씩 다르다.

IBM은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해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이라 정의했으며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A.T.Kearney(2016)는 ‘디지털 신기술로 촉발되는 경영 환경상의 변화 동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현재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한 신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이라고 했다.

종합해보면 DX란 기업들이 최신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GE M&D센터, 15억달러 비용 절감 효과

에너지 산업의 DX는 기존의 발전체계를 보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부분으로 거론된다. 과거에는 발전소 운영에 있어 고장 등 앞으로 일어날 문제를 예측할 수 없어 불확실성을 감당해야 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최악의 경우 경제, 사회적 손실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발전소의 DX가 이런 불안요소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GE파워의 M&D센터 (Monitoring & Diagnostics center)는 세계 75여 개국에서 3억5000만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약 950곳 발전소에서 설치된 가스터빈 5000기, 발전기, 그 외 여러 설비의 가동 상태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GE는 실시간 모니터링 센터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원격으로 운영상의 이슈를 예측함으로써 최근 몇 년 동안 고객사들이 15억 달러(약1조8000억원)가 넘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또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에너지 수요가 변화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도 DX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조상 불확실성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신재생에너지의 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DX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E의 풍력발전소.
GE의 풍력발전소.

GE는 풍력발전소 모델인 ‘디지털 풍력발전단지(WindFarm)’에 다양한 센서들을 부착했다. 여기에서 수집된 방대한 정보는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 진단, 분석 그리고 제어된다. DX를 통해 위험을 미리 예측·예방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가동률, 생산성, 출력을 최적화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GE코리아 관계자는 “전문성에 기반한 첨단 기술과 디지털 혁신으로 고객들을 지원하고 변화를 촉진, 이러한 간극을 좁혀 디지털 전환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빌딩에너지 절감 70%

1975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이후 45년 동안 주택, 빌딩, 공장, 데이터센터, 중공업 등 전력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에너지 관리와 공정 자동화에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AI와 클라우드, IoT를 활용한 스마트 빌딩, 스마트 팩토리 운영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스마트빌딩을 대상으로 에너지 관리 시스템 ‘에코스트럭처 빌딩’을 적용하고 있는데, 코엑스와 광화문 D타워, 이케아 광명점 등이 해당 사례에 속한다.

해외에서는 딜로이트의 유럽 본사 빌딩 ‘디 엣지’를 비롯해 미국의 '티모바일 아레나'와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 핫스퍼’의 새 구장도 슈나이더일렉트릭의 에코스트럭처 빌딩이 적용된 결과물이다.

슈나이더 에코스트럭처 빌딩 어드바이저 앱.
슈나이더 에코스트럭처 빌딩 어드바이저 앱.

에코스트럭처 빌딩 시스템은 자산의 상태와 흐름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예지 및 예비 운영 관리가 가능하다. 문제 발생 시 원인을 빠르게 파악 할 수 있어, 다음 단계의 대응을 신속하게 가져갈 수 있으며 공간 구성 최적화 지원 기능도 포함한다.

디 엣지의 경우 빌딩 내부에 2만8000개의 센서를 설치해 각 층과 사무실마다 직원 수와 현재 실내외 온도, 냉난방 상황, 조명 밝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를 최적화해 에너지를 소비한 결과 무려 70%나 에너지 사용량이 절감됐다.

슈나이더일렉트릭 관계자는 “각 산업분야와 인터넷,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이 각각 연결되고 개방화되면서 기존에 생산되던 부가가치보다 더 나은 더 확장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융복합이라는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DX 솔루션으로 30억원 절약

국내 기업들 또한 DX에 대한 관심이 높다.

두산중공업은 IoT와 AI를 기반으로 ▲발전소 조기 경보 솔루션 ‘프리비전(PreVision)’과 ▲발전효율을 개선하면서 환경물질 발생을 줄이는 ‘연소최적화(Optimizer)’ ▲보일러 튜브 수명을 사전에 예측해 예방 정비를 가능케 하는 ‘보일러 튜브 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고 국내외 발전소에 적용했다.

두산중공업의 270MW급 가스터빈.
두산중공업의 270MW급 가스터빈.

예로 창원공장에서는 발전소 핵심설비인 스팀터빈의 대형 버킷 생산을 자동화하고 보일러 공장과 원자력 공장에 용접 로봇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줄인 비용은 2018년 기준 약 30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2022년까지 총 35종의 자동화 설비 및 산업용 로봇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는 지난 4월 ▲디지털 O/E (Digital Operational Excellency), ▲디지털 그린(Digital Green),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 등 ‘DX 3대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과정으로 2017년 국내 최초로 AI,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플랜트(Smart Plant)’를 당시 일부 공정 적용에서 전 공정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SK에너지는 ▲최적화된 공정 운영 체계 구축, ▲설비 신뢰도 (Reliability) 향상 및 비용 절감 ▲중대사고 예방&비상대응 능력 강화 등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공장 폐수 재처리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워터 솔루션’, 2027년부터 오염물질 배출 감축 의무가 본격 적용될 예정인 항공유 시장에 대비한 ‘바이오 항공 (B-Aviation) 플랫폼’ 구축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DX 실패 70%, CEO의 역할이 중요

그렇다고 무작정 DX를 추진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BBC는 2013년 디지털 콘텐츠 제공하기 위해 1억 파운드(약1500억원)의 솔루션을 도입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디지털사업 전환을 취소한 바 있다.

심지어 2018년도 맥킨지 보고서에는 70% 이상의 기업이 DX에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DX 실패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CEO의 전략 부재가 그중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매킨지 조사에서 1733명의 CEO 가운데 14%만이 DX 노력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DX 전략의 시발점이 되는 CEO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CEO가 변화의 필요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관망하려는 성향도 영향을 끼쳤다.

또 전문가들은 극적인 변화보다 단계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DX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갑작스러운 변화보다 작은 조직부터 시작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얻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회사 전반에 적용시키며 변화를 이뤄가는 것이다.

‘기술우선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기술이나 전략에 앞서 내부 문화부터 DX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DX솔루션 기업 관계자는 “내부 혁신 자체가 사람들로부터 시작하는 만큼 기업문화와 사고방식부터 DX를 염두에 두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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