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가스안전공사 사장 후보 청와대 제청
여당 관련 인사 내정설 파다…"비전문가 임명 역풍 맞을 것"

충북 음성에 위치한 한국가스안전공사 본사 전경.
충북 음성에 위치한 한국가스안전공사 본사 전경.

매년 가스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가스안전사고도 꾸준히 발생하면서 가스사고 예방 업무를 맡는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장 선임 과정에서 비전문 낙하산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가스안전공사는 폭발성이 강한 수소산업의 안전전문기관 역할도 맡을 예정이어서 반드시 전문가 사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스업계에 따르면 가스안전공사의 사장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6월 29일 2~3배수 후보진이 청와대에 보고돼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6월 24일에는 가스안전공사 서울본부에서 서류심사를 통과한 6명의 후보자에 대한 임원추천위원회의 면접이 진행됐다.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출신 임모 전 국장, 홍익대 김모 교수, 인제대 김모 교수, 가스공사 김모 전 본부장, 가스안전공사 권모 전 이사, 가스안전공사 김모 본부장 등이다.

사장 인선은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5~6배수로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청하면, 산업부가 2~3배수로 청와대에 제청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가스업계에선 일찌감치 사장이 내정돼 있는 게 아니냐는 루머가 파다한 상황이다. 내정설 주인공은 기재부 출신 임모 전 국장이다. 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관련이 있다.

가스안전공사가 위치한 충북 출신인 그는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30년간 공직생활을 마친 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충북 중부2군(증평·진천·음성) 예비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당이 다른 인물을 전략 공천하자 무소속으로 출마를 노리다가 결국 중도에 불출마했다. 이 과정에서 그에게 가스안전공사 사장직이 제안된 게 아니냐는 루머가 나도는 것이다.

가스안전공사 노조는 비전문 낙하사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안전담당 공공기관은 정치인을 위한 논공행상이나 정치낭인들을 위한 신분상승의 재취업자리도 아니며 오직 국민의 안전을 위해 멸사봉공해야하고 전문성과 함께 고도의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강행할 경우, 민주노총과 연대하고 대국민 여론전과 해당기관 고발을 통해 강력한 무효화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갈수록 가스 사용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가스안전공사의 전문가 사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국내 가스(LPG·LNG) 사용량은 2011년 4368만톤에서 2018년 4790만톤으로 증가했다. 가스안전사고는 2012년 125건에서 2018년 143건, 2019년 118건으로 매년 10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인명피해도 2012년 사망 8명, 부상 99명에서 2019년 사망 10명, 부상 92명으로 매년 100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가스사고와 연관이 있는 밀폐공간 질식사고 역시 최근 5년간 연평균 사망자가 19명이 발생하는 등 줄지 않고 있다. 최근 민간기업에서 밀폐공간 잔존가스 여부를 확인해주는 기기를 개발해 사고를 확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는데, 진작에 가스안전공사에서 개발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전임 사장들의 잇따른 구설수로 이미지가 심각하게 퇴색한 상태다.

박기동 전 사장은 뇌물수수와 채용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데 이어 김형근 전 사장은 지난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퇴임했지만 사회공헌자금 부당사용 및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김 전 사장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와 상관 없이 공사는 '문제의 기관'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이번 사장 인선 과정을 잘 아는 한 가스업계 관계자는 "특정 후보의 내정설이 파다한 상황인지라 다른 후보자들이 들러리만 선게 아니냐며 씁쓸해 하고 있다"며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현 정권이 그렇지 못한 결과를 내놨을 때는 엄청난 역효과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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