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회적 수용성 중요…기술 이해도 높여 안전성 확보해야”
자율주행차 상용화되려면 관련 법・윤리・기술기준으로 사회적 안전망 갖춰져야
美・유럽・日, 국가 협의체 구축...각국 정책・기술개발 현황 공유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4차산업혁명교통연구본부 미래차연구센터장.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4차산업혁명교통연구본부 미래차연구센터장.

“자율주행자동차는 사회적 수용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다른 도로 이용자들과 소통이 돼야 비로소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4차산업혁명교통연구본부 미래차교통연구센터장은 자율주행차에 대해 사회적 수용성, 윤리적 문제, 법·제도화 등을 주요 이슈로 꼽았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일반 도로 이용자나 운전자가 법·질서를 지켜야 자율주행차와 혼재된 상황에서 사고 유발 요인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차교통연구센터는 어떤 곳인가.

“미래차교통연구센터는 4차 산업 혁명 규제 완화를 위한 전략 측면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개인형 이동수단, 공유차가 요구하는 제도적 지원 및 추진 과제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죠.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정책과 기술 부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의 수탁과제로 2016년에 제2차 자동차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이에 따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략 법 과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차종 분류 기준 국제화 및 일원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자율주행차 사회적 수용성 향상을 위한 기반기술 개발’과 관련된 연구개발(R&D)로 4차년동안 진행중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를 되려면 법, 윤리, 기술 기준으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법, 윤리, 기술 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게 목적입니다.

저는 자율주행버스의 안전성과 연결성의 국제표준을 제안·개발하고 있습니다. 셔틀이 안전하게 운행되도록 하려면 운영관리센터, 자율주행버스, 사물인터넷(IoT) 인프라, 버스 정류장, 유저 등 5가지 기본 요소가 필수입니다. 신호교차로, 횡단보도, 버스정류장에서의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죠. 새로운 버스 운영 체계에 맞는 ▲시험평가 항목과 절차 개발 ▲서비스 프레임 개발 ▲전체적인 개요 제시 등 크게 3가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래차란 무엇인가.

“미래차는 2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친환경 측면에서는 전기차나 수소차고 안전 측면으로는 자율주행차인 셈이죠.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와 충전 기술이, 수소차는 에너지 저장·배송이 핵심입니다. 둘다 인프라 기반으로 운행되는 차량이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인지, 판단, 제어가 핵심입니다. 레이더와 라이다 같은 센서, GPS 정밀지도 맵, V2V·V2X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기술 개발만으로는 상용화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수용성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과 자율주행차, 일반차와 자율주행차가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상호작용을 이뤄야만 사고가 나지 않습니다. 윤리적인 문제들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윤리 강령들을 만들고 있으며 전문가들이 최종적으로 리뷰하는 단계입니다. 윤리 문제는 안전 기준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특정한 급작스런 상황 발생 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에 윤리적인 판단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소위 말하는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질 수 있습니다. 윤리강령에서도 피치못할 상황에 놓였을 때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큰 가치에 관련한 것들에 대해 정리한 수준일 뿐,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알고리즘은 아직 없습니다. 만약 완전자율주행차가 도입된다면 사고 발생 시 법·제도적으로 책임소재를 규명해야 합니다. 이를 대비해 우리 연구원은 책임을 찾기 위한 사고책임소재위원회를 정부에 제안했었고 운전의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바뀌었을 때 운전자 역할, 시스템 역할에 따른 여러 윤리의 중요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해외의 미래차 분야 기술적 특징이 서로 다른가.

“전기버스는 중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각 도시 내에서 전기버스를 도입하고 상용화하는데 있어 타당성이 있는지 실증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전기버스의 경우 배터리 교환형, 무선 충전(OLEV), 플러그인 타입 등 3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3가지 타입에 대한 실증사례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플러그인 타입 전기버스가 시장에서 9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상황입니다. 배터리 교환이나 무선충전에 대한 원천기술도 확보하고 있으나 시장은 가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플러그인 타입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자율주행차는 미국, 유럽, 일본이 국가 협의체를 만들어 각국의 정책이나 기술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정책을 공유하고 같이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 서로 공동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잘 보급이 되려면 C-ITS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차와 도로가 협력해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게 유럽 국가들이 채택하는 접근법입니다. 반면 미국은 워낙 지역이 광범위하다보니 인프라를 모두 깔 수 없어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하고 이러한 차량 센서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원천기술부분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글, 애플 등 정보기술(IT) 회사가 자율주행 서비스를 선점하고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어떤 서비스가 가능할 것인가를 타겟팅해 선보이고 있는 것이죠. 반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는 안전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시장을 확산시키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안전 리콜이 들어오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자율주행 기술 해외 사례에 대해 더 소개해주신다면.

“2015년부터 2019년 1월까지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자율주행차 13가지 차종이 실증사업에 참여했는데 당시 발생한 사고가 130건 정도 됩니다. 그때 사고를 분석해봤더니 도로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신호교차로에서 가장 사고가 많이 났습니다. 분석해보니 대략 70%를 차지했는데 도로 이용자, 보행자, 자전거 등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죠.

가령 보통 일반 차량은 황색신호가 들어왔고 교차로 안에 있는 상황이라면 빨리 지나가는데 반해 자율주행차는 멈춰서버리기 때문에 뒷차와 충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교통 분야에서 옵션존은 갈 수도 있고 설 수도 있는 곳을 말합니다. 반대로 딜레마존은 갈수도 없고 설수도 없는 곳입니다. 이처럼 사고는 보통 딜레마존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자율주행차는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으로 인한 오류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려고 등장했는데, 오히려 일반 운전자와 보행자가 법·질서를 어기는 바람에 혼란을 가중시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인식개선이나 신호 준수, 안전 운전 등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지켜야할 건 지켜줘야 합니다.”

▶국내 자율주행에 대한 평가.

“차량의 기술을 개발하고 나면 여러 실증을 해야 합니다. 만도나 현대차 등에서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연구기관에서도 차를 개조해 기술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단계입니다.

미국의 경우 실제 서비스를 많은 도시에 적용해 실증을 하고 있어 주행거리가 깁니다. 실증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도로교통조건을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하면서 센서 등 각종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도로 운전자와 혼재됐을 때 자율주행차의 한계가 무엇인가를 파악해 업그레이드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실증에 대한 주행거리가 부족합니다. 자율주행 4·5단계 안전기준은 마련돼 있지도 않는데다 센서와 관련된 원천기술 확보도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품 및 시스템단위의 서비스 발굴, 차량과 도로인프라가 협력해 운행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자율주행 기반의 도로인프라 확충이 필요하고 법·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자율주행상용화를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다각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자율주행 대중교통이 필요한 이유는.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매년 조사를 하다보면 60% 이상은 자율주행차 오류로 인한 사고 때문에 불안해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었다는 소리겠죠. 그래서 본인이 소유하지는 않겠지만 호기심 충족을 위해 공유차나 자율주행셔틀, 택시 등 대중교통으로 한번쯤은 타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자율주행차도 승용에 포커싱돼 있었으나 최근들어 자율주행셔틀이나 대중교통 쪽으로 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처럼 왜 이렇게 자율주행셔틀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가를 살펴보면 ‘운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운영의 책임이 공공으로 전환되면서 제작사 입장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목마름을 해소시킬 수 있는 대안적 요소라고 봅니다. 물론 자율주행셔틀이 지속가능한 대중교통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부정적입니다. 너무 저속이라 전체 교통흐름과 교통량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도 늘어야 하고 안전장치도 더욱 보완해야 합니다.

자율주행으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군집주행입니다. 특히 트럭에 대한 군집주행이 필요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자율주행 기술에서 트럭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자율주행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 뿐 아니라 화물 운송, 물류 쪽에도 적용을 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화물운송 분야로 태동이 돼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미래차 공유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던데.

“코로나19 때문에 수송분담률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니 항공쪽 이용객이 뚝 떨어지고 철도와 장거리 버스 역시 하락했습니다. 그 다음 지하철, 시내 버스 등이었습니다. 오히려 근소하게나마 감소하다가 통행량이 제자리를 찾은 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숫자였습니다. 대중교통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다보니 자기 차를 타고 다니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유차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만 찾으면 크게 영향이 없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용자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만 유지된다면 공유경제 흐름 속에서 충분히 미래차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서비스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안전이 갖춰져야 하겠지만 오히려 운영 이력 관리만 잘 된다면 공유차가 온디맨드 서비스로 각광받을 것입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