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 없는 대형 수주에도 업계 영향성 미미
선급기자재 시장 진입장벽 높아 ‘남의 잔치’

LNG 선박 사진(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LNG 선박 사진(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한국 조선3사가 23조원 규모의 카타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 슬롯 예약을 받았다. 조선·해운업계는 유래 없는 대규모 수주에 들뜬 분위기지만 전력기자재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실제로 건조에 착수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존재할 뿐더러 선급기자재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 중소제조기업에는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카타르는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조선3사에 건조 슬롯 예약을 한 바 있다. 미국 골든패스 LNG 및 2003년 이후 발주했던 LNG선 교체수요까지 포함하면 최대 120여 척의 발주로 전체 규모는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주 건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조선산업이 높은 국산화율을 기반으로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LNG선 국산화 현황 점검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며 한국은 다수 선박 건조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고 있으며 대형 조선3사를 중심으로 기자재 국산화가 장기간 진행돼 왔다. 이에 따른 국산화율은 일반상선은 약 90%, LNG선은 약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선박 한 척에 플랜트 설비에 준하는 수준의 기자재가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력기자재업계 등 조선산업의 후방산업분야 종사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력기자재업계는 이번 카타르발 수주 소식이 중소제조업계에까지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조 슬롯 예약이 실제 발주로 이어질지라도 2년 뒤부터 건조가 이뤄지는데 엔진·기자재 등 후방산업 품목의 발주는 이보다도 더 늦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선박용 충·방전반을 공급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건조 슬롯 예약이 실제 발주로 이어져도 지금부터 수년 뒤에나 기자재 발주가 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당장 먹거리가 급한 판국이라 카타르 LNG는 없는 사업인 셈 치고 있다”고 전했다.

선급기자재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도 업계의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선박이 워낙 고가의 제품인 데다, 고장 시 대형사고 위험이 커 투입 기자재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적된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검증된 제품이 아니면 시장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LNG선·해양플랜트와 같은 고가 선종은 진입장벽이 더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선급의 기자재승인을 맡고 있는 한국선급 관계자는 “선박에 기자재를 납품하기 위해선 한국선급 등을 통한 별도의 검사·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제조법·형식·설계승인 등 품목별로 필요한 과정을 통과해야만 납품을 위한 승인증서가 발급된다”고 설명했다.

승인절차가 까다로운 만큼 국내에서는 대기업 중심으로 사업이 영위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선급의 기자재 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발전기·전동기·수배전반·케이블·차단기 등 주요 품목의 승인증서를 받은 기업들 대부분이 대·중견기업이다. 발전기·전동기·차단기는 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효성중공업, 케이블은 LS전선·가온전선 등 기업이 승인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 및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제조기업이 단독으로 선박사업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며 “중소기자재업계 육성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한 카타르발 잭팟은 ‘남의 잔치’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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