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늘 흥미진진하다. 비록 그 예측이 부질없거나 틀리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특히 새로운 과학기술과 그 기술이 가져올 변화는 상상만으로도 희망을 준다. 2024년에 인류를 화성에 보내고 2050년에는 무려 백만명을 보내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은 되고 안되고를 떠나 무한한 상상력의 흥분을 준다. 58년 전 케네디 대통령이 라이스대학에서 4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쉬워서가 아니고 어렵기 때문에 선택했습니다”라는 연설은 지금도 사람들에게 희망과 도전의 상징과 같은 연설로 꼽힌다. 그가 과연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그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케네디의 연설 후 10년이 되지 않아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100년 전 사람들이 생각한 현재의 모습을 보면 놀랍게도 실현의 시기는 틀렸더라도 상상한 것은 대부분 사실이 되었다. 영국의 한 소설가로부터 시작한 “futuretimeline.net”은 미래예측 열광자들의 가상공동체다. 21세기는 물론 억겁을 넘는 아득한 미래까지 상상력을 동원한다. 일론 머스크보다는 늦지만 2100년에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는 화성의 지구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원자력 없이 인류의 화성촌은 불가능하다. futuretimeline.net에서는 미래의 원자력도 말한다. 2025~35년에는 소형원자로가 전 세계에 퍼지고 2032년에는 제4세대 원자로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한다. 언제 물어도 늘 30년만 기다리라는 핵융합도 ITER가 2025년 첫 플라즈마를 만들면 2055년에는 핵융합 상업발전의 길을 열지 모른다 (ITER는 라틴어로 ‘길’을 뜻한다).

케네디 대통령이건, 일론 머스크건, 평범한 일반인이건 상상하는 만큼 발전하는 것은 분명하다. 기후변화로 100년 내에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가 온다고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극복해낼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 원자가 변하면서 에너지가 나오는 원자력도 아인슈타인의 상상력이 찾아낸 것이다. 풍요한 사회를 위해 무한의 에너지를 상상하던 인류에게 1960년대 등장한 원자력은 희망 에너지였다. 미국에서만 1000기의 원전이 예견되었고 밀려드는 인허가심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고심하기도 했다. 어쩌다 탈원전에 멸종 산업이라고 조롱까지 받게 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원자력은 기후변화에 맞서는 가장 유용한 에너지로서 호출을 받는 시험대에 있다. 그러나 원자력의 가치는 기후변화의 대처수단에 멈추지 않는다. 21세기에 인류는 화성에 정착촌을 만들려고 한다. 원자력을 포기하는 것은 이런 담대한 꿈을 포기하는 것이다. 화성에 정착하고 영원한 프론티어인 우주로 가려면 원자력을 포기할 수 없다.

탈원전이 선언된 지 3년이 되었다. 불과 3년이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월성1호기가 폐지됐고 신한울3,4는 중단됐으며 4개의 원전이 취소되었다. 향후 10년 안에 10기가 사라지고 인류가 화성에 정착촌을 건설할지도 모를 2084년에는 마지막 원전인 신고리6호기가 문을 닫는다. 길거리 서명운동을 하고, 성명을 발표하고 탈원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불편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세계가 원자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데 탈원전은 현재는 물론 미래세대의 선택마저도 도리어 막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루를 사는 일상에 100년을 말하는 것은 허망할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논란을 떠나 100년 후를 얘기하는 것은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다. 경제성이 어떻고 안전성이 어떻고 하는 것은 잠시 접어 두자. 대신에 100년 후의 원자력을 물어보자. 이 시대에 원자력에 종사한다는 것은 희망과 좌절 사이에 사명감과 무력감을 지고 가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니 100년 후에 원자력이 인류에게 어떤 에너지일지 물어보자. 그 답이 쉽지는 않지만, 달에 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선택했듯이 원자력이 어렵더라도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때문에 인류는 100년 후에도 원자력을 선택하지 않을까.

※ 필자 인사: 2018년 11월부터 월요객석에 ‘탈원전을 묻다’를 9회에 걸쳐 실어준 전기신문과 두서없는 글을 보아준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독자분들도 한번은 탈원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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