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전례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온 국민과 방역당국의 노력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황은 좋은 편이지만, 다시금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기 보다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산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언택트(untact) 혹은 비대면 트렌드가 바로 그것이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인 언(un-)이 결합된 신조어로 사람을 직접 대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직접 상점을 방문해 물건을 사는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해 쇼핑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혹은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점원에게 직접 햄버거나 커피를 주문하는 대신 매장에 설치된 주문장치(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주문하고 수령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 여파로 언택트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언택트 트렌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터넷이 상용화되었던 1995년 즈음에 등장해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부터 일반화되기 시작했던 현상이다. 다만 이제는 언택트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을 뿐이다.

언택트 트렌드와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찍부터 이런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기업들이 빛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존이나 쿠팡을 비롯한 전세계 이커머스 기업들이 그렇고, 넷플릭스나 디즈니처럼 온라인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업들이 그렇다.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에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도미노 피자나 스타벅스, 펠로톤(Peloton), 텔라탁 헬스케어(Teladoc Healthcare) 등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노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선도적인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디지털 전환만으로는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객들은 선도적인 사업자들의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고 동시에 이들은 고객들을 묶어 두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들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후발 기업들은 단순히 언택트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클릭(1-Click)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비대면 상거래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 대안이 제로클릭(0-Click)이라고 생각한다.

제로클릭이라는 것은 기존의 비대면 거래에서처럼 주문을 위해 버튼을 클릭(1-Click)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알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은 고객들이 주문하기 전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해서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제공해 주자는 생각도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아마존은 대시 보충 서비스(DRS)나 아마존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 같은 선행배송 서비스를 통해 제로클릭을 실천 중에 있다. 프린터의 토너가 다 떨어질 즈음이면 자동으로 토너를 주문해 주기도 하며 고객의 취향에 맞는 의류나 패션 용품을 주기적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이와 같은 제로클릭 기반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언택트 트렌드가 그랬던 것처럼 제로클릭 트렌드가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되는 것도 한 순간일 것이다. 제로클릭 역시 언택트 트렌드처럼 고객들에게 극단의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장에 필요하지 않은 제품들을 구매하는 데 돈을 쓰고 공간을 허비해야 하는 불편함도 줄여 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들은 언택트뿐만 아니라 제로클릭 트렌드에도 함께 대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이용자 기반과 고객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초연결 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제로클릭의 초지능을 선점함으로써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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