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내부서 우리 업체만 ‘더 달라’ 요구에 합의 실패..갈등만 남아
단가하락으로 어려움 가중, 올해 AE타입 투찰가 기존 조합 투찰가의 절반에도 못 미쳐

최근 잇달아 물량 수주에 실패했던 전력량계조합이 올해 입찰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전력량계 업체들의 한숨 또한 깊어지고 있다.

한전의 입찰물량을 조합이 아닌 개별기업이 수주할 경우 최저가 경쟁으로 인해 낙찰가격이 하락해 시장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량계 조합은 지난달 26일 개찰한 총 30만대 규모의 한전 AE-Type 저압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서 참여를 포기했다. 그 결과 이번 입찰은 엠스엠, 피엔씨테크, 천일계전, 엔씨코리아, 파워플러스콤, 누리텔레콤, 모임스톤 등 총 7개 개별 업체에 돌아갔다.

수주 불발의 원인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특히 전력량계 재고에 따른 업체 간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제1전력량계사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전력량계 업체가 30개가 넘는데, 조합 특성상 전원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업체만 반대해도 성사가 어렵다”며 “지난해 납품을 못해 재고가 많이 남은 상태라 업체 간에 이견이 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재고 소진을 이유로 기존보다 많은 물량을 가져가겠다고 요구하는 업체도 있는데, 올해 한전을 통해 나온 입찰 물량이 총 30만대인데 절반을 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제2전력량계사업협동조합 관계자도 “조합 차원에서 수주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면서 “그럼에도 업체가 워낙 많아 회원사 간에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합 측에서는 조율에 나서 해당 업체의 요구 조건 대수를 상당 부분 줄였다고 했지만, 업체 간에는 서로 거친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신경전이 날카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고 소진을 주장하는 업체만의 잘못이 아니다”며 “재고를 양산하는 한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업체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전력량계 업체들이 입찰 과정에서 조합 대신 생존을 위해 각개전투 방식을 택하면서 승자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전력량계 산업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현재 한전의 전력량계 입찰 시장은 최저가 경쟁이기 때문에 조합 차원이 아닌 각개전투로 전환하면 시장 건전성도 점차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AE-Type 전자식 전력량계 최저 투찰가는 1만9514원이다. 2017년 5만원대였던 입찰 투찰가와 비교해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이 때문에 한 업체 관계자도 “조합이 없으면 시장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번에 입찰 참여가 불발됐다고 해서 조합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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