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에기평 부설기관화 입법 예고
평가·관리 효율화 vs 에너지산업 소외될 것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밑으로 들어가는 ‘연구관리 전문기관 통합화’가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에너지 기술개발 산업의 기획·평가 및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관의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에너지업계는 국가 에너지전환 등 장기적인 에너지정책이 주를 이루는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독자적인 전문기관이 유지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통합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한국산업기술평가원 내 부설기관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에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에기평은 국가 에너지 연구개발과 기술개발 조성사업을 맡고 있는 국책 연구기관이다.

산업부는 연구개발(R&D)사업관리 효율화를 위한 1부처 1전담기관 추진방안 확정(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2018.8))에 따라 이같은 개정안을 제안했다. 제안대로 진행되면 에기평은 산기평 산하 부설기관이 되며 에기평의 독립법인으로서의 사무는 삭제된다.

정부 관계자는 “에기평이 산기평 산하로 들어가도 조직·업무 변함없이 똑같은 형태로 옮겨지는 것”이라며 “산기평이 있는 대구로 이전하는 것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에너지업계에서는 에너지정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지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산업은 국가 기반 산업이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전담기관의 권한을 축소하면 장기적 연구 지원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우리나라 에너지전환 정책은 짧게는 앞으로 11년 길게는 20년이 넘는 정책이다.

독일의 경우도 2038년까지 석탄폐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100% 달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영국도 2025년까지 석탄발전 퇴출 등 장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에너지기술 별도 전담기관을 신설, 중·장기적 정책 추진을 위해 전문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반 산업기술은 신기술 트렌드 대응이 주류다. 연구에서 상용화까지 속도가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기평이 산기평 산하로 들어간다면 현장적용까지 장기간 시간이 소요되는 에너지기술이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일반 산업기술 연구에 밀려 예산 감축으로 어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R&D 사업은 인력 양성부터 기술 개발, 상용화와 수출 지원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며 “성과 경쟁을 하고자 에너지 연구 현안 중심의 단발성 투자로 전환되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에너지 기술개발 노하우가 사장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분야는 에너지전환, 온실가스 감축 등 중장기 정부정책에 의존하므로 에너지기술과 산업 육성에 관한 독자적인 연구개발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