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3년이 지났다. 그런데 에너지 분야에서는 ‘탈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당과 보수 언론에서는 연일 탈원전 정책의 절차적 문제점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원자력산업의 붕괴 등을 거론하며 줄기차게 비판하고 있다.

반대로 정부 여당과 진보 언론에서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원전을 적폐로 몰아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런 소모적인 논란이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전력 공공기관 CEO는 대통령이 직접 ‘탈원전’을 선포하고, 산업부 장관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순간 이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사실상 끝났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이 탈원전을 직접 선포한 마당에 아무리 전문가들이 떠들어봤자 어느 누구도 이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청와대 내에서 일부 고위인사가 탈원전을 하더라도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가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진보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도 “방향은 맞는데 목표만 있지 무책임하게도 ‘어떻게’가 없다”며 “시나리오별로 검토부터 차근차근히 한 후 공론화를 했어야 하는데 무작정 탈원전을 먼저 선포하다 보니 이념 대결로 번지면서 국민적인 갈등을 가져 왔다”고 말했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 고위관계자들이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하면서 왜곡된 전기요금체계를 좀처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깨끗하고 안전하면서 값싼 전기는 없다. 에너지전환을 하려면 당연히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금기어 중 하나다.

그렇다 보니 한전 사장도 요금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하게 발언했다가 주변에서 정부와 각을 세울 필요가 있냐며 만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선 전기요금과 전력시장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그런데 ‘탈원전’과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말 때문에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정부에 쓴소리하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립하는 계획에 참여하지 못하고, 정부 편에서 말해 줄 수 있는 전문가들만 참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학자들이여! 언제까지 학자적 양심을 버리고 지록위마(指鹿爲馬)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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