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분쇄기' 개발하고도 환경부 미인증으로 설치 불가
환경부, 인증기준 재검토 필요성은 인정

지난해 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스마트 홈&리빙테크페어'에서 특별전으로 열린 '공동주택ICT 융합컨소시엄 전시관'.
지난해 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스마트 홈&리빙테크페어'에서 특별전으로 열린 '공동주택ICT 융합컨소시엄 전시관'.

LH의 스마트홈 기술이 정부의 이중잣대 인증기준으로 인해 개발 후 1년이 넘도록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1일 LH와 스마트홈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4월 공동주택 설치를 목적으로 오물분쇄기의 일종인 ‘IoT 음식물쓰레기 자동처리시스템’ 개발을 완료했지만 아직 한 곳에도 설치하지 못했다.

오물분쇄기의 인증을 담당하는 환경부에서 해당 시스템이 인증기준에 어긋난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oT 음식물쓰레기 자동처리시스템은 기존 오물분쇄기에 IoT를 결합해 대기전력차단, 사용량 관리 등이 가능한 기술이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매번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며 사회적으로도 음식물쓰레기 감소, 사료 및 퇴비 용이 등 장점이 있다.

환경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저장 장소’다. 인증기준에서는 분쇄기와 저장소가 집 안에 있는 ‘일체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LH의 오물분쇄기는 각 세대 싱크대에서 갈린 음식물 중 액체는 배수펌프를 통해 배출하고 고체는 지하의 고형물 저장통에 저장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분리형의 경우 지하까지 이동하는 관로의 막힘 현상으로 입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일체형 또한 역류와 누수 민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주택’이라는 설치 장소도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오물분쇄기가 공동주택처럼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곳에 일괄적으로 설치되면 자연스럽게 하수도로 배출되는 음식물의 액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처리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물분쇄기를 사용하지 않는 공동주택 인근의 사람들까지 처리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또한 수분뿐만 아니라 찌꺼기들이 하수구 관을 막아 주민들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LH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오물분쇄기를 홈쇼핑에서도 판매할 만큼 대중화된 가운데 개인이 설치하는 것은 되지만 공동주택은 안된다는 기준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개인이 설치하는 오물분쇄기와 똑같은 기술인데 저장소의 위치 때문에 인증해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시간과 돈을 들여 개발하고도 설치로 이어지지 않아 더 많은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했던 게 수포로 돌아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작 해당 기술이 정부의 투자를 통해 개발됐다는 것도 의아한 부분이다. 정부는 공동주택의 ICT융합을 촉진시키겠다는 목적으로 2017년 ‘공동주택 ICT 융합컨소시엄’을 구성하고 IoT 음식물쓰레기 자동처리시스템을 포함해 37억원을 투입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부만 믿고 공들인 탑이 빛을 보지 못하며 무너진 것이다.

환경부에서는 인증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인증을 받은 제품들도 불법 개·변조 등 문제들이 있는 만큼 인증제도 자체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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