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한국소방시설협회 회장
김태균 한국소방시설협회 회장

3년 가까이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묵혀둔 소방시설공사업법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한민국 소방시설공사 업계는 분리발주 시대를 맞이했다.

2017년 12월 취임해 3년의 임기 중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김태균 한국소방시설협회 회장은 업계의 20년 숙원을 해결한 리더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본지는 김태균 회장을 만나 소방시설공사업법 통과를 이뤄낸 소감과 향후 계획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 소방시설공사업법의 극적인 본회의 통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구체적인 소감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향후 계획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 법안이 국회에서 원활히 통과하도록 힘써주신 여야 국회의원님들과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소방관계자, 협회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심상사성(心想事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뜻의 고사성어입니다.

저는 이번 분리발주 법안 통과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소방공사 분리발주를 위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20년이 넘도록 많은 소방인들이 간절히 바라고 노력해 왔습니다. 여러 번 정부 입법과 의원입법 등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20대 국회는 달랐습니다. 경제 논리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시설의 중요성을 앞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더는 법 개정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법 개정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앞으로 소방분야도 분리발주를 통해 국민안전 확보와 불공정 행위의 차단, 활발한 기술투자, 소방산업의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등 중소기업 육성과 경영 선순환의 긍정적 효과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소방공사 분리발주 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협회에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소방시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4월 29일에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정부의 기조에 걸림돌을 놓은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비극적이지만 소방시설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한층 역설할 수 있는 이율배반적인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먼저 이번 이천 화재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현장에서 근무하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칠 만큼 큰 화재 사고였습니다. 아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진행하는 합동 감식이 끝나지 않아 화재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언론 등에서 나오는 이유 중 하나인 안전불감증, 경제원리가 안전보다 우선하는 관행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건설 현장에서 공사 기간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에 공사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여러 개의 하도급 업체가 한꺼번에 작업하는 등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을 수 있습니다. 또 불법 하도급, 재(再)하도급 등을 통해 비용 줄이기에만 급급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안전은 확보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여러 단계를 거친 하도급은 공사비를 깎고 최소한의 근로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관리비용도 깎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례로 안전 활동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재 안전 감시자를 싼 인건비로 고용해 확인이나 단속 때에만 근무케 하고 정작 용접 등의 작업 시에는 자리에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문시공은 제대로 된 공사비, 적정공사비로 숙련 기술자들의 현장 배치와 관리, 우수한 자재의 사용 등을 통해 가능합니다. 비숙련자들의 현장 관리, 짧은 공사 기간, 값싸지만 위험한 자재 등은 안전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소방시설업체가 제대로 된 공사비로 제대로 된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분리발주가 필수요건이 돼야 합니다. 제대로 공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전문업체가 전문적으로 공사하며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현장을 설계해야 합니다.”

▶ 전기공사협회는 세종특별자치시 인근 오송읍에 신규 사옥을 건설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소방시설협회도 조치원으로 사옥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옥 이전의 필요성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얼마나 진행됐는지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소방시설협회는 소방청 산하단체 중 처음으로 세종특별자치시로 사옥을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2018년 사옥 이전 TF를 구성해 이전 후보지에 대한 여러 차례의 답사와 연구용역을 통해 적정 후보지를 선정했고 2019년 2월 대의원 총회에서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 서북부지구를 업무용지로 최종결정했습니다.

이후 2019년 3월 사옥 이전을 위한 세종특별자치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그해 7월 ‘조치원 서북부지구 사업자 선정 공모’ 신청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8월 업무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0년 협회는 신사옥 건립의 원활한 추진과 세종특별자치시로 최적의 이전 방안 도출 등을 위해 종합적인 기본계획(Master Plan)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종합 기본은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옥 규모, 소요 예산, 재원 조달 방안과 향후 총사업비 등의 내용을 담을 계획입니다. 현재 협회 사옥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입찰 공고한 상태입니다.”

▶ 코로나19 사태로 소방시설 업계가 받은 타격에 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도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상반기인 6월이 1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건설경기의 침체로 인해 소방시설 업계도 어렵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생겨났고 예정된 공사를 하반기로 미루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소방시설업체들도 이미 계약되어 있던 현장을 진행하지 못해 인력 운영, 자재 관리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당면해있습니다.

이러한 소방시설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협회는 회원사들에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지원정책을 알려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창간 56주년을 맞이한 전기신문 독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창간 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전기산업 발전과 권익증진을 위해 깊이 있는 보도와 정확한 논평을 제공하고 있는 전기신문에 박수를 보냅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쉼 없이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산업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이끌어 온 전기신문에 어울린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기와 소방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독자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소방시설협회는 소방시설업의 내실화를 위해 소방시설공사업법 제·개정, 소방공사 표준품셈 품량 산정 및 시중노임단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방시설협회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소방시설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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