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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르포 “기계소리 멈춘 자리엔 정적만”…코로나19에 숨죽인 산단
1만9000여 개 中企 밀집한 스마트허브 국가산단
코로나19 위기에 일감 감소…고용지표 악화 가시화
김광국 기자    작성 : 2020년 05월 21일(목) 10:54    게시 : 2020년 05월 22일(금) 09:25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으로 일손이 멈춘 채 한가한 모습의 스마트허브 국가산업단지의 모습.
평상시라면 귀를 따갑게 했을 기계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일손을 놓은 채 쉬고 있거나, 한담을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는 산업단지에 어울리지 않는 낯선 정적만 흘렀다. 국내 최다 수의 중소제조기업이 밀집한 스마트허브(반월·시화·시화MTV) 국가산업단지의 풍경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이 가시화된 5월, 12~20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안산시에 소재한 스마트허브를 방문했다.

스마트허브는 지난 1997년 반월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1986년 시화단지, 2002년 시화MTV가 연이어 지정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총 면적 3801억㎡(약 1150만평) 부지에 들어선 3개 산단에는 현재 1만9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다. 입주 기업수로는 전국 산단 중 1위다.

반월·시화단지에는 국내 뿌리산업의 중심인 부품소재 제조기업이 집적돼 있다. 대부분 반도체·완성차·LCD·IT·전기전자 등 산업의 2~3차 벤더에 해당한다. 반면 시화MTV단지에는 친환경 산업 및 지식기반 산업 관련 기업들이 밀집돼 있는 게 특징이다.

직접 돌아본 스마트허브에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산업계에 닥친 불황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3개 산단을 차를 몰고 30km/h 속도로 천천이 둘러봤다. 이제 막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대임에도 산단은 적막 그 자체였다. 간간히 기계설비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 곳에서는 생산직 근로자 2~3명이서 느릿느릿 물건을 옮기거나, 제품을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공장 한편에 출하되지 못한 물건을 잔뜩 쌓아둔 한 사업장이 눈길을 끌었다. 진입로에 선 직원을 붙잡고 최근 분위기를 묻자, “시장이 위축되다보니 물품 생산도 납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무심한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공장도 사정은 비슷해보였다. 산단 곳곳에는 무료한 듯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근로자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완성차기업에 부품을 대고 있다는 A사의 한 직원은 “근래 들어 완성차 판매량이 저조한 데다 코로나19까지 덮친 상황이라 일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력산업계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완성차·반도체·화학산업 선도기업들의 위기는 전력기자재의 수요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기자재 부품제조기업인 B사 관계자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며 “고정비가 감당이 안 되다보니 구조조정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급격히 악화된 기업환경은 인력감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산단 주변 상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산단 내부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식당 직원은 “올해 초와 비교하면 매출이 20~30% 가량 빠졌다”며 “식당을 찾는 사람들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식당 및 편의점 등 서너곳을 더 돌아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산단 내 근로자 수는 서서히 줄어가고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제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주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 통계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스마트허브 3개 산단의 고용지표는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스마트허브 내 기계·전기전자업종의 고용현황을 살펴보면 반월산단은 7만3476명, 시화산단은 8만3424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각각 1552명·2320명이 줄어든 수치다.

다만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산업 관련 기업이 밀집한 시화MTV의 경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73명 늘어난 9120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에 따른 위기의식은 기업주들이 더욱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허브경영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업계에 어려움이 계속되자 큰 기업의 경우 인력감축을 하고, 10명 미만 소기업의 경우 무급휴직 또는 주 2~3일 출근제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며 “상당수 기업이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고정비 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경영자협회는 스마트허브 내 1300여 개 제조기업의 대표자들이 모인 협단체로, 회원사 중 80%가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수출사업의 경우에도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출항이 되지 않아 자금회전에 문제가 생긴 기업들이 많다”며 “다만 코로나19가 서서히 잡혀가는 추세인 만큼 1~2개월이며 어느 정도 경기침체가 완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단을 빠져나오는 길에 다시금 활력을 잃은 산단의 빈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는 입주기업을 찾은 고객사와 물품을 나르는 트럭으로 붐볐을 이 거리. 진입로 끝을 지나자 코로나19가 생기를 뺏어간 산단의 먹먹한 적막이 귓가를 울렸다.


김광국 기자 kimgg@electimes.com        김광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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