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어떤 곳인가. 지난해 기준 직원 수 35만2600명에 IT서비스 기업 브랜드 가치 평가 2위(영국 브랜드파이낸스 조사), 시가총액 1000억달러가 넘는 글로벌 IT 기업이다.

IT업계에 종사하거나 IT·전자 출입 기자들은 어떠한가. IT 신기술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접하는 만큼 신기술에 익숙하거나 적응이 빠른 사람들이다.

그런 IBM이 최근 AI와 관련 전략 발표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포스트 코로나19의 핵심으로 꼽히는 AI인 만큼 많은 기대를 갖고 IT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결과는 난장판이었다.

발표는 처음 보는 일종의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실시됐는데, 발표가 시작되자마자 IBM측 관계자의 발표 소리에 잡음이 꼈다. IBM 측에서 수차례 음성마이크를 꺼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부탁했지만 모두가 이를 지키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마이크를 끄지 않아 강퇴를 당한 사람도 나왔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집중하나 싶더니 갑자기 중간에 참여한 사람이 직장 동료와의 대화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시시콜콜한 얘기들에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까지 IBM 발표자의 목소리와 섞였다. IBM 또한 준비한 부사장의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PPT창을 열었다 닫으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글로벌 IT기업과 IT 관계자들이 빚어낸 촌극이다. 이들이 이러한데 영상수업을 하는 선생님, 학생들은 오죽할까.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하며 디지털 뉴딜을 선언했다. IT업계에서는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긴 것을 반기며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 과연 모든 걸 해결해줄까.

기술은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아직도 인터넷뱅킹을 할 줄 모르거나 확정일자나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이 온라인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문제를 해결할 때 발상 자체가 ‘인터넷’을 먼저 떠올리는 구조가 아닌 영향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가능한 것을 알아도 직접 오프라인으로 하는 게 편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19를 대처하며 기술이 발전되는 것과 별개로 사람들이 기술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해 보인다. 문화지체현상도 두드러질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말했듯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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