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채익 소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채익 소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분리발주와 통합발주 간 논쟁 국면에서 소방시설공사 업계와 건설업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내용을 담은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자 부당 이익을 챙기지 못할 위기에 놓인 건설업계는 화재조사 결과를 조작한 허위사실을 배포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한국소방시설협회 측에서 19일 의견 보도자료를 냈다.

소방시설협회 측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목적은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 등에서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소방시설협회는 “건설 전문 언론이 계속해서 보도 중인 내용에 따르면 2014년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 사고의 원인이 분리발주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면서 “검찰수사 결과 전문 어디에도 소방공사 등의 분리발주가 화재 발생의 위험을 가중한 주범이라는 내용은 없으며 심지어 해당 현장은 일괄발주 받은 원도급 업체가 무면허 업자에게 불법 하도급을 진행한 현장으로 소방시설공사업자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검찰의 수사 결과는 분리발주 대한 문제점이 아닌 대규모 공사의 분리발주 시 ‘발주자에게 안전관리책임을 부과하는 근거 규정 마련 필요성을 건의’ 등을 낸 것으로 수사 결과를 마무리지었다”고 전했다.

소방시설협회에 따르면 건설 전문지 내용 중 분리발주는 정부 관계부처 간 협의가 되지 않은 사항으로 보도됐으나 건설업계와 깊은 관계가 있는 국토교통부만 소방공사 분리발주를 부정하고 행정안전부, 조달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대다수 정부 부처는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찬성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방시설협회는 “궁지에 몰린 건설업계는 소방공사 분리발주를 저지할 명목이 없자 안전 및 품질이 악화한다고 주장했지만, 소방청 및 민간전문가와 함께 실시한 3년(2016~2018년)에 걸친 민·관 합동 종합 점검 결과 일괄발주 현장의 하자발생이 분리발주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방시설공사 업계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가 소방시설공사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한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허위 정보까지 만들어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왜곡하는 건설업계 행태는 기가 찬다”며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의원님들께서 객관적 사실만 바라보고 심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소방분야의 한 관계자는 “일괄발주로 인한 저가 하도급으로 화재감시자 인건비를 절약하고자 전문성과 책임성이 약한 일용근로자를 일시적으로 고용해서 관청의 확인 시에만 형식적으로 운영해왔던 것이 최근 대형화재들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현장에서 12일 오후 유가족이 참사 현장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현장에서 12일 오후 유가족이 참사 현장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앞서 15일 대한건설협회(회장 김상수)는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된 소방시설공사업법은 건설공사에 포함된 소방공사에 대해 의무적으로 분리발주를 진행토록 하고 위반 시 발주자를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하는 내용으로 건설산업계와 소방업계 간 이견이 깊고 정부 관계부처 간 협의도 제대로 안 된 사항임에도 불구, 심도 있는 논의와 충분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돼 건설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탄원서에는 소방공사 분리발주는 안전 및 품질 악화, 하자 책임 소재 불분명 및 신속한 보수 곤란, 효율적인 공사수행 곤란, 소비자의 공사발주 선택권 침해, 건설 노동자 및 자재·장비업자의 피해 등의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음에 따라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는 전언이다.

특히 건축공사에 포함된 소방공사만을 단독으로 분리발주 하면 소방공사는 원도급자인 종합건설업체의 안전·품질에 대한 관리·감독을 받지 않게 되므로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 사고의 사례에서 보듯 안전관리의 사각지대 발생에 따른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가중할 수 있다고 건설협회는 비판했다.

또 건축공사에서 분리발주로 진행한 소방공사는 두 공사 간에 불명확한 책임 범위로 인해 하자 또는 부실시공의 원인 규명이 곤란해질 뿐만 아니라 상호 책임 전가 시 하자보수 지연 등 소비자 피해를 부르게 된다는 전언이다.

건설협회는 이번 법안소위 의결은 부처 간 정책 조율 없이 추진돼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법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위와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서 법안을 명확히 반대하고 있으며 지난 2013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도 소방공사 분리발주에 대한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는 전언이다.

건설협회는 최근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건을 거론하면서 “건설 현장은 위험한 공정의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 공정에서 위험한 작업에 대한 조율과 관리·감독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분리발주로 진행한 공정에 대해서는 종합건설업체의 관여가 불가능해 오히려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최근 정부의 안전강화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건축공사에 포함된 소방공사의 분리발주 여부는 소비자(건축주)가 경제성, 편의성, 효율성, 안전성 등을 고려해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의 공사발주 선택권과 계약자유의 원칙이 침해되고 전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 우려가 크다”면서 “예를 들면 일반 국민이 전원주택 신축 시 분리발주 법령 미숙지 등으로 인해 형사처벌 받는 결과도 초래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많고 정부 부처도 반대하는 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개정을 중단하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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