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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글로벌기업·중국·ESS 사이 끼인 ‘韓 UPS’…업계는 전전긍긍
2018년 이후 시장 규모 하락세 지속
기술격차 좁히고 해외서 활로 찾아야
김광국 기자    작성 : 2020년 05월 17일(일) 11:27    게시 : 2020년 05월 19일(화) 09:01
국내 무정전전원장치(UPS) 업계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근 10년째 이어져온 ‘중고압 글로벌기업, 저압 중국’ 판세가 고착화된 데다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보급으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 규모 또한 줄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1000억원에서 2018년 3000억원 수준까지 고성장했던 국내 UPS 시장 규모는 현재 2500억원 정도로 축소됐다.
세계 UPS 시장이 매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상당수는 2020년대 중반에 이르면 세계 시장 규모가 10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UPS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 위축이 장기간 이어지다보니 기업들의 기술·제품 개발 동력이 상실돼 전환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조달시장서 줄어든 입지…제품 신뢰성·인지도 ‘발목’= 국내 UPS 시장은 2018년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4~201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본격화로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3000억원대 시장이 열렸으나 ESS 사업 활황·SOC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고압 시장은 글로벌기업이, 저압은 중국기업이 독식하는 시장구조가 고착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됐다. 세계 글로벌 UPS 기업들은 한국 산업계에 ‘첨단화’가 본격화된 해당 시점을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높여가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비중이 늘어나자 UPS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온 글로벌기업들이 ‘제2의 시장’으로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성장세가 고점을 지난 현 시점에도 국내 업계는 UPS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기업과의 기술격차가 여전히 큰 데다 발주처에서마저 글로벌기업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압은 말할 것도 없고 중저압 부문에서까지 글로벌기업의 제품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UPS의 가장 중요한 전제가 ‘신뢰성’인데 아직 발주처에서는 국내 기업의 제품 신뢰도가 높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거세진 중국 기업의 약진도 또 다른 어려움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단순히 가격경쟁력에 기반해 국내 시장 진출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기술력까지 확보해 국내 저압시장을 장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례로 국내 UPS 업계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수만큼의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저압 제품을 중국기업으로부터 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제품과 국내산 제품의 가격 차가 3배가량으로 벌어졌고 저압기기 특성상 단가가 낮아 자체제조에 나선다고 해도 이익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저압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업계 대부분 기업이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납품하고 있다”이라며 “국내 제품이 중국산 저압 제품을 대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中企 간 경쟁제품 용량 키웠지만 글로벌기업과 기술격차 ‘여전’=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월 1부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중 UPS의 생산용량을 ‘1000kVA 이하’로 확대 적용했다.
기존에 UPS 중기 간 경쟁제품은 ‘500kVA 이하로 한한다’는 행정규칙 상의 조항이 있었으나 국내 중소기업의 UPS 시장 진출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1000kVA가지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경쟁제품 재지정 당시 고무적이었던 업계 반응과 달리 현재 해당 용량의 제품 실적은 극히 적은 상황이다. 애당초 고용량 제품의 수요가 크지 않을 뿐더러 고용량 기기에 필수적인 ‘병렬 연결 기술’이 글로벌기업과 격차가 커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주요 글로벌기업의 병렬 기술은 최대 8대까지 연결이 가능해 고도화된 반면 국내기업은 업계 선도기업의 경우에도 3~4대를 연결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안정성이 낮아 실제 적용은 드물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선도기업 관계자는 “병렬 연결의 안정성이 낮다보니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고압 부문은 글로벌기업이 독식하다시피 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국내 기업들의 신기술·제품 개발 동력을 앗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이라 추가 투자 여력이 부족한 가운데 기술 격차가 워낙 크다보니 중소기업이 기술 확보를 위해 뛰어들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기술·제품 개발 없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업계 전체의 경쟁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SS 약진에 직격탄…대체 가능성 두고는 의견 ‘분분’= 최근 3년 새 급격히 성장한 ESS 시장은 UPS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정부가 지난 2016년 ESS를 비상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줌에 따라 UPS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업계에서는 UPS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서 ESS를 주시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기본적인 기능과 설치 목적 등이 다르기 때문에 ESS의 UPS 시장 완전 잠식은 어려울 것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UPS와 ESS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제품이다. UPS는 주 전원이 차단됐을 때 전력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제품으로 갑작스런 전압 상승 등으로부터 전력기기를 보호한다. 주전원의 상실이 감지되면 순간적으로 축전지 전원 공급 장치로 절체하는 게 핵심 기능이다.
반면 ESS는 평소 과잉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사용하도록 하는 저장장치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본격화된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ESS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품의 기능과 목적이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ESS의 시장 확대가 업계의 우려를 산 데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중장기적인 확대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Marketsand Markets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2015년 약 3억2000만 달러(한화 약 3611억원), 2016년 약 3억7000만 달러(4274억원), 2017년 약 4억2000만 달러(4785억 원)이고, 2017년 이후 연평균 14.44% 성장, 2022년 약 8억3000만 달러(939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전환이 가속화되면서 ESS가 확대 보급되기 시작한다면 결국 UPS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ESS 시장이 활황이었던 2018년에는 국내 UPS 기업 대다수가 매출 급감을 경험했다. 적게는 50%에서 최대 90%의 매출 급감을 경험한 곳도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주요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ESS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UPS와 ESS의 기술적인 유사성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기업의 새 먹거리를 창출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은 6곳 정도다.
ESS 사업을 추진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ESS 사업을 UPS업계의 새 방향성으로 설정하고 사업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잇따른 화재로 이슈화된 배터리 안정성 문제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REC가격은 변수”라고 귀띔했다.

◆기술력 높이고 해외시장 진출해야= 국내 UPS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기술력 제고와 해외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우선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제품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당장에 글로벌기업과 경쟁할 만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금의 시장 구조가 더욱 고착되면 국내 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조달시장에 우수제품을 공급 중인 기업은 상위 8개사뿐”이라며 “기술개발을 등한시할 경우 중국기업에 나머지 시장까지 내주게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이미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아직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되지 않은 국가들에서는 UPS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만큼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진 제품이 여전히 시장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코트라에 따르면 러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등 국가에서는 정전사고를 막기 위한 UPS 도입에 속도가 나고 있다.
한 전기산업계 협단체 관계자는 “글로벌기업의 해외사업망이 촘촘해 쉽지 않긴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코트라 등 정부 및 유관기관 사업에 참여해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국 기자 kimgg@electimes.com        김광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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