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석유 수요감소...급격한 시장 변화
IEA “재생에너지 확대 기회...대규모 투자가 핵심”

국제 유가 추이.
국제 유가 추이.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 위기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문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위기가 에너지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석경제학자는 "전력·석유 부문에서 수요감소로 인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바뀌는데 청정에너지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EA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세계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현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IEA는 우선 전력부문에 수요감소 현상에 주목했다. 공장 등 사업장 운영 중단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약 15% 감소했다고 추측했다. 실제 유럽은 코로나19 영향으로 3월 중순 전력 수요가 전년동기 대비 상당한 전력 수요 둔화 현상이 발생했다. 타격을 크게 받은 이탈리아는 16%가 줄었으며 프랑스는 15%, 스페인은 10%의 전력 수요가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시장도 위축됐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약 70%를 공급하는 중국의 제조업 운영 중단으로 일시적인 공급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풍력 터빈의 주요 생산지인 유럽은 중국에서의 부품 공급이 어려워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제조시설은 3월 중순부터 문을 닫았다.

무엇보다 석유 수요 감소에 따른 유가 하락이 눈에 띈다. IEA 세계적인 경기 하락과 함게 석유 수요 역히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올해 석유 수요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1mb/d로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도로 주행용 연료 소비 감소로 운송 부문에서 석유 수요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의 80% 이상을 차지한 중국의 수요 감소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유가는 급락했다. 지난 20일 코로나 여파로 인한 수요 감소와 원유시장 선물 만기, 저장소 포화 등의 이유로 미국산 유가가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당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 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일 18.27달러 대비 300% 이상 폭락한 수치다.

IEA는 이 같은 위기상황이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전력 및 석유 수요의 감소는 재생에너지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청정에너지 촉진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기회를 통해 4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화석연료의 보조금을 낮추거나 없앨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 대표부도 IEA 분석 방향에 발맞춰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극복 방안 성명서를 통해 경기 침체 극복 방안으로 에너지전환 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확산으로 자동차, 화석연료 에너지 관련 산업의 타격이 커지자 이들 업체들에게 부담을 주는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연기하거나 축소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EU는 탄소배출 감축을 부담으로 보지 않고 에너지 신산업 육성의 지렛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탄소 감축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올해 CO2 베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전망이지만 지속가능한 저감을 위해 지속적인 구조적 정책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IEA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국제 에너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청정에너지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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