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DR '에너지쉼표' 사이트 메인화면.
국민DR '에너지쉼표' 사이트 메인화면.

첫 달 실적이 전무했던 국민DR(에너지쉼표)이 시행을 거듭할수록 실적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된 감축요청에 따른 참여자들의 학습 효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가 버라는 참여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대를 통한 참여 가구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DR 실적 매달 증가...에너지 절감 실천에 긍정적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2월 0kWh를 기록했던 국민DR 감축량이 1월 4kWh로 증가했고 최근 3월에는 10kWh 이상 늘었다. 첫 달 참여자들이 시행착오와 부적응 등으로 감축실적이 없었지만 한 달, 두 달 감축요청이 반복됨에 따라 매달 높은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감축요청 회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1월에는 총 7회 감축요청을 시행했고 2월 8회, 3월 7회 진행했다. 3월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아서 봄철인데도 요청이 늘지 않았다. 오히려 전달보다 1회 더 줄었다. 황사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4월에는 감축요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민DR이 아직 주요 정책에 활용할 만큼 신뢰성 있는 용량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향후 보급을 늘려 피크관리 및 온실가스 저감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서울시 395만 가정의 5%만 국민DR에 참여해 전기를 줄이면 소규모 열병합발전소 1대(약 30MW)를 정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이는 시간당 약 14tCO2eq의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한 것과 같다.

국민DR은 전력거래소가 전력 감축을 요청했을 때 참여자가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절약한 전기량을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금전으로 보상받은 제도다. 거래소는 전력수급 비상시나 고농도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발생하면 감축요청을 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용량이 아직 크다고 할 순 없지만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라며 “지속적인 감축요청 시행이 참여자들의 에너지 절감 실천 및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DR 활성화 위해 '계량기' 문제 풀어야

국민DR 실적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지만 제도 정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가 어려운 인프라 여건 때문이다.

국민DR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준에 맞는 계량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업계는 계량기 보급이 잘되지 않아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집집마다 해당 계량기가 설치된 게 아니라 참여하려면 새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DR 참여 가구는 4월 초 기준으로 228세대뿐이다.

사업자는 계량기 비용 때문에 설치까지 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국민DR 관련 계량기 보급 예산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국민이 스스로 계량기를 사고 시장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런 방법으로의 시장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사들도 계량기 보급 문제를 걸림돌로 꼽는다. 가전제품에 실시간 전력소비량 등을 계측할 수 있는 기능이 있더라도 스마트 계량기가 없으면 국민DR에 참여할 수 없어서다. 계량기 비용 때문에 가전사-사업자 간 협력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계량기가 설치된 지역부터 국민DR을 보급하기로 했다. 예전 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 아파트나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 지역 등과 협의해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 마일리지 등을 시행 중인 서울시, 광주시와도 협의가 논의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인프라 여건 때문에 당장 사업자를 재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은 스마트 미터기가 설치된 지역부터 차근차근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AMI 보급 정책을 전향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시별 요금제 시행을 위해서도 AMI 확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한전이 진행하는 AMI 사업은 공공주택(APT) 가구마다 설치되는 사업이 아니다. 관리사무소와 계약하고 한 대의 계량기만 설치하는 구조다. 각 가구마다 전력량 계측이 필요한 국민DR 계량기로는 활용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계시별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는 한전이 전체 가구의 50.1%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제외하고 AMI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파트 각 세대를 제외한 계시별 요금제는 결국 반쪽자리가 된다. 다양한 전력 정책 활성화를 위해 올바른 AMI 보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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