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Biz팀 박정배 선임기자
에너지Biz팀 박정배 선임기자

철도 교통이 극도로 발달한 두 곳을 꼽자면 유럽과 인도가 있다. 유럽은 국경을 경계로 붙어 있는 국가들을 주로 철도로 연결한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철도 노선망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특성으로 물류 이동은 물론 관광까지 철도가 제대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유럽을 여행하는 배낭 여행객은 대부분 유레일패스를 구매해 사용한다. 인도도 철도를 빼면 드넓은 대륙에서 이동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2007년에는 인도로 2012, 2013, 2015년에는 유럽으로 각각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국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침대칸과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을 경험했다.

국가마다 관광 명소가 있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각종 활동을 전개하지만 사실 여행의 가치는 ‘이동 중’에도 발현한다는 점은 만국 공통일 것이다. 유럽의 경우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이동하면서 최첨단 농축산업 현장을 차창 밖으로 목격할 수 있고 인도에서는 사막과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다.

에펠탑도 좋고 타지마할도 좋지만 기차 이동 과정에서 바라보는 ‘이름 없는’ 풍경 자체가 여행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린 셈이다.

여행의 목적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철도시설 그 자체가 관광의 대상이 되는 사례도 있다. 바로 트램이다.

유럽은 웬만한 지역에 트램이 설치돼 있다.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는 트램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고 한 번쯤 탑승하고픈 희망이 생기는,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놀이기구’와도 같은 존재다.

한때 대한민국에는 전차라는 이름의 노면 철도가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사극에서 전차를 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968년 교통혼잡 완화를 위해 완전히 폐선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원히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트램이 부활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대전광역시와 부산광역시에서 관련 공약이 두드러진 형국이다.

이중 대전의 경우 트램이 시민의 이동 수단임과 동시에 관광객 유치 수단으로도 활용될 소지가 크다. 대전은 지자체가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볼 게 없는 동네’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전 도시철도는 이미 1호선이 지하로 운행하는 가운데 2호선은 트램으로 주요 지역을 순환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원래 자기부상 방식이었으나 트램으로 최종 변경됐다. 변경 사유 가운데 관광객 유치 명분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트램으로 인한 대전 시내 관광 수익 증가 현상이 눈에 띈다면 이는 ‘교통수단의 관광화’라는 대의명분이 전국으로 확산할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제2의 전차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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