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 국내 주식시장은 폭락장으로 출발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두 시장에서 매도를 일시 중단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하루 종일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에서 발발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자 국내 증시도 두 달 가까이 폭락이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27일까지 코스피 전체 시가 총액은 1524조3841억원에서 1138조4603억원으로 385조9238억원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 역시 246조8944억원에서 188조2442억원으로 58조6502억원이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감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86개국(3월 19일 기준) 증시의 시가총액은 62조2572억 달러로, 한달 전보다 25조6136억 달러(한화로 약 3경1900조원) 감소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역대급 변동성이 전 세계 증시를 휩쓸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곤두박칠치자 오히려 지금을 ‘투자의 적기’로 여기고, 처음 증권계좌를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젠가 코로나19는 종식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다시 국내외 증시가 저점을 찍고 상승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확신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26일 기준으로 6개월 내에 거래가 있는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총 3059만 개로 이달 들어서만 72만 개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달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도 약 한 달 만에 계좌 수를 50만개까지 불렸다.

이 같은 ‘바이코리아’ 열풍을 반영하듯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27일까지 17거래일 연속 ‘셀 코리아’를 이어가며 12조556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투자가들을 대신해 10조6038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이면서 증시를 떠받쳤다. 과거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외국인 투자자들에 맞서 국내 자본시장을 지킨다는 의미의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웃픈 용어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개인투자가들은 대기성 자금인‘투자자예탁금(3월 26일 기준)’도 45조원 넘게 쌓아놓고, 저가 매수 시점을 노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증시 공포’가‘주식 대박’을 꿈꾸는 개인투자가들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형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상황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미국, 유럽 등에선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언제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종식될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나빠진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경우 증시가 2차, 3차 충격을 받아 폭락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과도한 욕망보다 더 큰 참사는 없다’는 노자(老子)의 말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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