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용 가스터빈 양산까지 남은 시간 2~3년으로 예상돼
가스복합발전설비, 2030년까지 약 20조원 규모 시장 형성
최형희 대표 “영업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달라”

30일 서울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두산중공업 제57기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이사가 주주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30일 서울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두산중공업 제57기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이사가 주주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두산중공업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원을 차입하면서 경영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두산중공업이 국책과제로 개발한 국산 발전용 가스터빈이 시장에서 본격적인 매출을 기록할 때까지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차입금 1조원과 해외사업, 풍력발전설비 등 현재 발생하고 있는 매출로 이 기간을 어떻게 버텨내는지에 따라 두산중공업이 위기를 극복할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돌입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 강남구 두산빌딩에서 열린 두산중공업 주주총회에서도 앞으로 이 1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화두에 올랐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해 경영현안에 대한 질의를 이어가며 경영진의 복안을 파악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노조 측은 “단기적으로 갚아야 할 채무도 있는데 두산중공업이 영업을 위한 활동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거나 “매출을 창출하는 사업은 무엇이 있는가”라는 등의 질문을 이어 갔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는 “단기적으로 풍력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면도 태양광 사업도 빠르게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영업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올해 역점을 둘 3가지 사항으로 ▲기존 사업에서 매출 확보 ▲신사업에서 본격적인 재무 성과 창출 ▲‘디지털 변환’ 사업화 가속·경쟁력 제고 등을 제안했다.

◆신한울 3·4호기가 아닌 1조원 차입금 선택한 정부

두산중공업의 매출이 2012년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7% 수준까지 떨어진 이유를 놓고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이라는 의견과 해외를 중심으로 석탄·원자력발전 시장이 줄어든 결과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과는 별개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관련 프로젝트들이 현 정부 들어 취소되면서 10조원 규모의 수주물량을 잃은 게 두산중공업에 큰 타격이 된 것은 분명하다.

국가 계획에 반영돼 수주가 확실시됐던 물량이 증발함으로써 급격하게 ‘불확실’의 영역으로 밀려난 것이다.

원전산업·노동계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건설재개를 통해 두산중공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가스터빈을 비롯한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1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투입하기로 했을 때도 일각에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통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1차적인 지원으로 신한울 3·4호기가 아닌 국책은행을 통한 1조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 발급을 선택했다.

◆두산重 향방은 2~3년 안에 결정될 듯…발전용 가스터빈이 열쇠

원전산업·노동계에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고 있지만 불확실성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두산중공업으로서는 국책과제로 개발한 발전용 가스터빈 상용화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에너지전환의 큰 축을 구성하는 발전용 가스터빈 상용화에 성공해 국내 시장에서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면 가스발전설비 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산 가스터빈 1기가 도입되면 증기터빈 등 그에 따른 관련 설비까지 함께 계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새로 건설되는 가스복합발전소 설비용량을 약 20GW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시장을 20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를 통해 이 20조원 규모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함으로써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도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발전소 개발 추진, 대규모 테스트 베드 구축 검토 등 국책과제로 개발한 가스터빈 상용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방침대로라면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을 통해 본격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데 최소 2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두산중공업이 앞으로 2~3년을 어떻게 버텨낼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현재도 해외석탄이나 풍력발전설비 등에서 활발한 영업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2~3년의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국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급하게 투입한 1조원의 차입금을 통해 두산중공업이 재기할 수 있을지 발전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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