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텍사스유를 기준으로 보면 유가는 2월 25일 배럴당 49.90달러에서 3월 25일 기준 24.49달러로 50%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에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기요금에는 어떤 영향도 없다. 유가변동이 바로 휘발유가격 등락에 영향을 줄 순 없지만, 국민들은 유가가 하락했으니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조만간 떨어질 것이란 것은 예측할 수 있다. 전기요금도 사실은 마찬가지다. 전기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석탄과 천연가스 등은 유가와 연동해 가격이 움직인다. 시차는 있지만 유가가 떨어지면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도 떨어지고, 오르면 같이 오른다. 하지만 거의 유일하게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전기요금이다. 소매요금(전기요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도매요금의 등락을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얘기는 10여 년 전 부터 있었지만, 전기요금 인상의 우려가 있다는 정부의 걱정 때문에 항상 좌절됐다.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변화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제도다. 3~5개월의 변동연료비를 산출해 1~2개월 이후 전기요금에 적용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화에 따라 전기요금이 변동하는 만큼 소비자는 가격 변화에 맞게 소비를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을 당시에는 요금이 오를 수 있었지만, 최근 3년을 보면 배럴당 60~7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 한다면 유가의 변화와 연동한 요금 제도를 통해 국민들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여지도 충분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도시가스 요금, 지역난방 열 요금 등에는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고 있다. 소매가격(전기요금)을 연료비의 변동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해놔야 국민들은 물론 전기 수요가 많은 산업계도 효율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연료비 연동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의도 많았고, 필요성도 공감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주저 했다면, 지금은 확실시 요금인하 효과를 국민들이 피부에 와닿게 할수 있는 기회인만큼 연동제도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덧붙여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 전기요금이 붙어 있는 환경비용이다. 올해 배출권 및 RPS 비용은 총 3조6665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용은 우리가 미세먼지를 피해 마스크를 쓰는 것처럼 깨끗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국민들이 지불해야할 비용이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도 될 수 있다. 하지만 깨끗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한 정책은 다양하게 만들어 지고 있지만 여기에 수반되는 비용지불의 주체는 없다. 사실 비용지불의 주체는 전기를 사용하는 국민들이어야 하지만, 선뜻 말을 못한다. 전기요금을 올리자고 하면 국민들은 당연히 불평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저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연료비와 연계한 요금을 통해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누리면서 환경비용 지불의 필요성을 알리는 노력을 한다면, 국민적 수용성도 움직일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전기요금 얘기를 꺼내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준비는 필요하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