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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교수의 월요객석) 탈원전 – 정치에 묻다.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정동욱 교수    작성 : 2020년 03월 26일(목) 13:21    게시 : 2020년 03월 27일(금) 09:12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인 와중에도 정치의 시간은 재깍재깍 온다. 21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여러 이슈들이 코로나로 묻혔지만, 코로나 보다 총선에 묻는 민생의 이슈들은 우리 주변에 더 오래 머무를 것이다.

탈원전도 이번 총선의 한 이슈이다. 에너지가 정치화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에너지는 먹고 사는 생활의 영역이거니와 기술과 경제에 외교까지 연결되어 간단명료한 수사로 대중과 얘기해야 하는 정치와는 생리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과 긍정을 논하기 보다는 나의 체격과 형편에 맞는 옷을 찾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옷이 멋있고 화려해도 그 옷이 내게 맞을 지, 내가 지불할 능력이 될 지 가늠하지 않으면 마음의 갈등만 더 깊어질 뿐이다.

그러나 원자력은 유독 정치화 됐다. 독일의 녹색당은 반핵운동이 모체이다. 독일의 탈원전은 1998년 사민당이 녹색당과 연정을 하면서 등장한다. 그러나 2009년 기민당과 기독교사회연합이 집권하면서 원전 유지로 선회하나 후쿠시마사고로 다시 탈원전을 택하게 된다. 독일 정부는 탈원전 비용을 75조원 규모라고 한다. 독일의 소비자단체와 개발은행은 350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에너지 부국임에도 미국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 지지에 여야가 없다. 그런데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둘러싸고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립한다. 연방정부는 네바다에 고준위 방사선폐기물 처분장을 짓고자 한다. 네바다 사막의 유카 마운틴이 최적의 입지이기 때문이다. 네바다 사막은 원폭 개발 시 핵실험의 무대였다. 네바다 주정부가 처분장 건립을 반대하는 배경이다. 유카 마운틴 처분장 조사에는 18조원이 들었다. 미국 납세자들의 몫이었다. 프랑스에서는 고속로인 수퍼피닉스가 1997년 총선의 이슈가 됐다. 사회당은 집권하면 수퍼피닉스를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수퍼피닉스는 사회당 집권으로 결국 폐로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수퍼피닉스 보다 구형의 고속로인 피닉스 원전은 35년간 운전하고 2009년 은퇴했다. 대표적인 반핵단체인 그린피스는 핵전쟁 반대를 기치로 시작했다. 1972년 ‘그린피스’라고 명명한 배를 남태평양의 원폭 실험구역에 정박시켜 무산시켰다. 이를 계기로 핵전쟁을 막는 평화 단체로서 명성을 얻었다. 대기 핵실험이 중지되고 그린피스는 원폭의 이미지를 투영해 반원전으로 초점을 옮겼다. 그린피스는 원전은 물론 가스발전 등 화력발전에도 반대한다. 공짜 점심이 없듯이 녹색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 돈을 내야 한다. 그린피스의 주장에 호주머니의 돈을 내야 하는 민생에 대한 고민은 없다.

원자력이 반대의 대상이 되고 정치화 되는 것은 숙명인지 모른다. 방사선이라는 생소한 위험에 대한 공포는 대중의 주목을 끌기 쉽다. 원전과 원폭은 다름에도 같은 이미지로 색칠하기 쉬워 대중 선동에 적합하다. 원전을 짓고, 운영하는 자는 거대 자본일 수밖에 없다. 거대 자본의 원전과 대립하는 것은 강자와 약자의 대결로 비춰진다. 이런 구도에서는 반원전 운동이 정의로운 것처럼 보이기에 좋은 소재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일반 대중이 원자력을 균형있게 바라보고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원자력에 종사하는 이들이 한 발짝이라도 더 대중에 다가서야 한다. 대중에 다가선다는 것은 정치와 같다.

탈원전을 정치에 묻는 시간이 다가온다. 미래는 더불어 만들어야 한다는데 더불어 가는 미래가 없는 세상에서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대표 없이 세금 없다는 대의 민주주의에서 납세자는 총선에 내건 공약에 내가 내야 할 돈이 얼마인지 알아야 한다. 탈원전의 비용이 얼마인지, 그 돈으로 내일은 오늘보다 얼마나 더 편안한 하루가 될 것인지, 전염병에 대처하는 의료복지보다 탈원전에 쓰는 것이 정의로운 것인지, 갈수록 힘든 국가 재정에 탈원전 때문에 수십조원을 쓰는 것이 맞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 선택은 청구서로 돌아온다. 나와 나의 후손까지도 짊어져야 할 청구서일 수 있다. 탈원전은 총선의 한구석에 있는 이슈지만, 민생에 주는 무게는 작지 않다.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정동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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