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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권홍 교수의 등촌광장)바닥을 알 수 없는 에너지 전쟁
인류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전쟁하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그리고 미국을 축으로 하는 에너지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월만 해도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60달러를 넘던 국제유가가 3월 9일 배럴당 28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더니 3월 21일에는 급기야 23.66달러까지 하락했다. 3월 초의 50달러 수준에 비교하면 50%가 빠진 것이다.
유가 급락은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와 서방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관계,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능력과 재정확보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원유생산 전쟁이 본격화된 것은 3월 5일이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OPEC은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의 감산 참여를 촉구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푸틴의 감축 반대는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원유 생산량을 1400만배럴까지 증산할 수 있으며 4월부터 하루 1230만배럴로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석유를 둘러싼 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2월의 하루 생산량이 약 970만배럴이었으므로 갑자기 일일 약 250만배럴의 원유 공급량이 급증한 셈이다. 2018년 우리나라가 하루 소비한 원유가 약 270만배럴이었으니 이보다 약간 부족한 물량이 시장에 넘치게 됐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러시아는 러시아 나름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나름의 사연들이 있다. 우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인해 외부로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방 회사들의 러시아에 대한 투자 감소로 달러가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자원개발과 수출로 이끌어 가는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 천연가스의 수출을 위해 건설 중인 노드스트림2에 대한 미국의 재제는 더 강력한 불만의 원인이 됐다.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 노드스트림1에 추가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자는 논의가 2012년부터 시작돼 올해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유럽을 통해 제재 대상 국가인 러시아에 달러가 들어가는 것도 싫고, 미국산 셰일가스를 유럽에 판매해야 하는데 러시아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유럽에 건설되는 것 또한 좋을 이유가 없다.
노드스트림2는 이미 상당 부분 건설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전체적인 사업 추진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주장도 있으나 덴마크를 비롯한 관련 당사국과 기업들이 노드스트림2 사업에 적극적 참여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사업이 완성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의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체적인 배경에는 미국산 셰일가스와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생산되는 전통 천연가스의 시장 점유를 위한 갈등이 버티고 있다. 정치와 경제적 이익이 혼합된 고래 싸움 양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의 대부분 재정수입을 원유수출에 의존한다. 복지, 교육, 국방 등 국가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유가가 유지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위기는 석유수요를 감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을 중심으로 하는 감산 합의를 진행했고, O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중요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참여를 요구했다. 그런데 푸틴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수요를 맞추기 위해 가격을 희생하더라도 증산을 택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배럴당 생산단가는 10달러 이하이기 때문에 배럴당 20달러라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러시아는 생산단가가 20달러에 가까워서 수익이 없거나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러자, 텍사스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들까지 감산 논의를 시작했다. 심각한 저유가에서는 미국의 셰일오일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감산에 참여할 것이다.
우리는 저유가에도 울고 고유가에도 운다. 세계적인 불황과 함께 오는 저유가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이런 저유가 시기에 자원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별나라 왕자님 이야기가 돼 버렸다.
작성 : 2020년 03월 23일(월) 09:42
게시 : 2020년 03월 24일(화) 09:06


류권홍 원광대 교수(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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