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살펴보면, 국가 분산에너지 확산체계 구축을 위한 ‘중장기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 로드맵’을 올해 안에 수립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집단에너지, 자가발전 등 수요지 인근 분산형 전원 발전량 비중을 2017년의 12%에서 2040년 30%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되었다.

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는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계획입지 등을 통해 대규모로 추진될 재생에너지의 상당 부분은 분산형이 아니며, 연료전지의 역할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다. 결국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집단에너지와 자가발전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집단에너지 사업자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가발전은 2015년의 7.9TWh에서 2016년 6.7TWh, 2017년 6.4TWh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분산에너지 로드맵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꼭 담겨야 한다. 그간 각종 정부계획에서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단에너지와 자가발전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분산전원 편익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통해 합의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분산전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도 매번 무산되었던 주된 이유는 분산전원 편익이 없으므로 전력시장에서 별도의 추가적인 보상은 부당하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분산전원 편익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다른 공급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분산전원 편익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면, 이제는 정말로 제대로 보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분산전원에 대한 적정 보상이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방안을 통해 실제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간의 에너지기본계획 및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분산전원에 대한 보상이 매번 언급되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계획을 믿고 투자한 집단에너지 사업이 적자를 가져오고 있지만, 공급의무 때문에 접을 수도 없는 현재의 상황은 사업자를 좀비로 만들고 있다. 정부의 계획이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분산전원 확대를 위한 재원확보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땅값이 높은 도심지에 입지한 분산전원은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급전 원칙은 전력시장 내에서 분산전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보상을 위해서는 별도의 재원이 필요한데 전기요금의 0.9% 수준으로 부담금을 징수하여 분산전원 보조금을 지원하는 독일의 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여건에서는 별도의 부담금을 신설하기보다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넷째, 대용량 자가발전 확대 방안이 분명하게 담겨야 한다. 예를 들어, 대규모 공장 증설이 예정되어 있는 사업장 내에 대용량 자가발전소를 건립하여 운영한다면 분산전원의 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만약 열 수요도 있다면 효율이 더 좋은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크게 절감하고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배출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저탄소 전원인 자가 열병합발전에 대해서는 RPS를 적용하지 않는 현행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

분산에너지의 확대는 세계적 추세이자 우리가 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적자에 시달리는 것이 분산에너지인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현실이다.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보상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처럼 좀비로 생명만 유지하는 것은 정말로 아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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