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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에너지 정책 믿고 투자했는데…태양광 사업자들 “사기당했다” 울분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전국 중‧소태양광업체간담회’ 개최
참가자들 “정부 외면에 지쳐…사업자 목소리 들어야”
윤대원 기자    작성 : 2020년 02월 25일(화) 20:03    게시 : 2020년 02월 25일(화) 20:03
전국태양광발전협회는 중소태양광업체간담회를 열고 업계가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홍기웅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사기당한 꼴.”
25일 전국태양광발전협회(회장 홍기웅・사진)가 개최한 ‘2020년도 상반기 전국 중‧소태양광업체간담회’에 참석한 태양광발전업계 관계자들은 앞다퉈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현장의 애로를 전했다.
이번 간담회는 중소태양광 업계가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모아 발전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정부 건의 등을 통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끔 한다는 게 전태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목적에 부합하듯 태양광 사업자들 대부분이 정부의 불통에 대한 불만을 크게 터뜨렸다. 정부에 지속적으로 현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의견을 전해도 무엇 하나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참가자는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다.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쉽지 않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돌아왔다”며 “산업계가 아무리 아이디어를 내도 정부가 받아들이질 않으니 무용지물”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사업자들은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을 발표하며 신재생에너지 시장으로 국민들을 유인해놓고 이제 와서 무너지는 시장 상황에 나 몰라라 손 놓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쳤다”는 과격한 표현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정책 기여해 온 사업자 ‘토사구팽’ 하나”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시장 초기부터 큰돈을 들여 사업에 뛰어든 사업자들의 배신감은 더 크다. 최근 REC 가격의 급락으로 인해 피해를 더 크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약 3년 전까지만 해도 10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하나를 준공하기까지 총 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비용이 들었다는 게 한 참가자의 설명이다. 반면 최근에는 자재비용 인하 등으로 인해 1억원 이상 공사비가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량과 공급량이 역전되고 REC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시장에 뛰어든 사업자들과 비교할 때 누구의 피해가 더 큰지는 자명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업을 일찍 시작할수록 폐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년 전부터 사업을 시작한 사업자들은 최근 시장에 뛰어든 사업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울며 겨자먹기로 최저가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사비를 채 뽑기도 전에 폐업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
정부가 시장 초기에 진입한 사업자들에 대한 안전고리를 마련해두지 않아 생긴 문제다. 겉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외치면서 정작 시장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업계는 준공 연도별로 REC 가격 하한가를 해마다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REC 가격이 점차 하락해야 하는 건 시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그림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3년 사이에 70%가 넘는 하락폭을 보이는 것은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중소형 태양광 사업자들은 수년 전부터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정부를 믿고 에너지 정책 달성을 견인하기 위해 힘을 쏟아 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업자가 바로 이들”이라며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내세우며 사업자들을 유인한 정부가 어느 정도 보급률을 달성하니 이제는 사업자들을 외면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현장 모르는 탁상공론식 정책, 도대체 왜?”
RPS가 처음 도입된 2012년에는 의무이행기관들이 RPS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무할당량의 일정 범위 내에서 3년간 구매를 연기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RPS 공급이 수급량을 훌쩍 뛰어넘는 최근까지도 이 제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유예된 물량만도 1000만REC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REC를 팔지 못해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도 여전히 이 유예제도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판매처를 찾지 못하는 사업자들의 고통이 자꾸만 커지는 모양새다.
심지어 REC 가격이 급락하는 지금 1000만REC 이상의 물량이 제값을 받지 못한 채 계속 허공에 떠다니는 모양새가 되다보니 사업자들은 유예물량을 해소해야 한다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넣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유예물량을 해소하겠다던 정부는 고작 80만REC를 시장에 풀었을 뿐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유예물량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인 셈이다.
그동안 농촌 태양광 등에만 혜택을 주던 FIT 제도의 범위도 넓혀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더 이상 혜택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이제는 생존을 위한 대책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소리에도 정부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명확하지 않고 누더기처럼 기워진 제도도 문제다. 한전 계통과 연결되는 것은 한전이, 인허가는 지자체가, REC 등록은 에너지공단이 하는 등 각기 다른 주체들이 저마다의 규정으로 일하다보니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시공업계 한 관계자는 “명확한 법이 없다보니 주체별로 제멋대로다.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두 다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밟으면 참는 태양광 업계 바보처럼 봤나”
간담회에 참가한 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 업계는 정부가 짓밟으면 반항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난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 참가자는 “농업정책을 보자. 양파 농사를 지었는데 한 해 장사가 너무 잘돼서 물량이 넘쳐난다면 정부가 수매해서 공급과 수요를 맞춘다”며 “농업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산업계의 목소리에 정부가 반응하고 있지만 유난히 신재생에너지 분야만큼은 다른 세계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사업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업계의 목소리를 모아 오는 3월 중으로 예정된 RPS 제도개선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뜻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처럼 또 사업자들의 목소리가 묵살된다면 청와대 시위와 같은 행동으로 뜻을 옮겨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가 보낸 신호를 믿고 사업을 추진했다. 우리 목소리가 계속해서 묻힌다면 다른 어떤 수단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기웅 전태협 회장은 이날 총평을 통해 “우리 태양광 업계의 힘을 한곳으로 모은다면 얼마든지 뜻을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오늘 간담회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한다면 협회의 나아갈 방향이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또 인사말에서도 “우리 중소태양광 업계의 어려움과 절박함 탓에 코로나 바이러스 시국에도 불구하고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중소태양광 업체의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일감과 일자리 창출 면에서 공기업과 중소태양광 업체가 동반성장과 함께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올바른 정책을 끌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윤대원 기자 ydw@electimes.com        윤대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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