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성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안남성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최근 현대자동차 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자동차는 향후 단순한 자동차 제작 회사에서 모빌리티에 중점을 둔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러한 현대자동차의 변신은 디지털 사회에서 기존의 산업이 어떻게 변신할 것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플랫폼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1960년대 부터 개발된 기계 학습에 의한 알고리즘이 인터넷과 접목되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필요한 정보로 변환시킬 수 있게 되고 이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컴퓨팅 능력이 가세하면서 디지털 파괴를 이끌고 있는 기술이다.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발명하면서 폭발적인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고 계속 발전해온 알고리즘과 컴퓨팅파워가 인공지능으로 서로 융합돼 인공지능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EXO 기술로 발달하고 있다.

EXO 기술은 성능은 빠르게 증가하지만 비용은 반대로 기하 급수적으로 감소하는 기술로, 디지털 시대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3D 프린팅, 로봇, 네트워크와 센서 기술들과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새로운 재료가 디지털 기술들의 성능 향상에 기여하고 이는 다시 컴퓨팅 파워를 증가시켜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에 기여하는 선순환에 의해 인공지능 기술은 거의 무한대로 진보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기존의 산업을 파괴하고 권력의 이동을 야기한다. 수송 분야는 지금까지 공급망의 가장 상단에 위치해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던 기존의 자동차 제작회사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전환 되면서 수송 시스템의 여러 플레이어 중 하나가 되고 그동안 누리던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특히 수송 시스템이 모빌리티 시스템인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로 전환되면 전기자동차 제작 회사보다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운용하는 플랫폼인 TaaS 운영 회사가 가장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가 된다. 플랫폼 회사는 가입자가 많을수록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더 많은 가입자를 유인하게 돼 결국은 전체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승자 독식의 특징이 있다.

맥킨지는 최근 발표한 미래 수송 시스템 관련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TaaS가 자동차의 개인 소유 시대를 종식시키고 자율주행 기술과 공유 비즈니스 모델이 융합된 모빌리티가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러한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이 도입이 되면 새로운 자동차 판매가 80% 정도 감소해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과 석유 산업의 붕괴를 가져오는 파괴적 전환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경우 도로의 교통량과 주차장 필요성이 80% 정도 감소하게 돼 도시개발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이러한 수송 분야의 파괴에 이어 전력 산업계도 권력의 이동이 예측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전력회사가 모든 전력산업의 공급망을 독점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시스템이 소수의 대규모 전력회사보다는 태양광을 비롯한 여러 작은 규모의 전력회사들로 개편되면 기존의 전력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급속히 감소하게 되고 기존의 대형 전력회사가 가지고 있던 권력 즉, 시장 지배력이 소비자로 이동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권력의 이동은 ‘전력회사 죽음의 소용돌이’라는 현상을 만들어 내면서 갈수록 대규모 전력회사의 경쟁력이 감소하고 있다. 전력회사의 죽음의 소용돌이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소규모 전력회사들이 대규모 전력회사와 같은 비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가상발전소’라는 플랫폼회사로 전환 되면서 갈수록 소규모 전력회사들의 경쟁력이 증가하는데서 기인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과 친환경적인 소규모 전력회사로 더 많이 이동하게 돼 이미 발전이나 송변전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한 전력회사들은 투자비 회수를 위해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은 더욱 소규모 전력회사로 이동하면서 발생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에 의한 디지털 파괴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되면서 분산형 시스템이라는 메가 트랜드와 결합하여 더욱 가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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