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때 게임, 만화 등에 빠져 있는 녀석들은 대게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그런 친구들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하거나 만화를 본다”면서 부모님께 혼나기 일쑤였다.

때문에 게임이나 만화는 부모님 몰래 은밀하게(?) 즐겨야 하는 취미였다. 그 은밀한 취미를 필자도 조금 즐기기는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게임을 하고, 만화를 그리는 일종의 ‘탈선행위’가 이제는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바뀌었다.

지난 2019년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1200개 초중고 학생 2만47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초등학생 희망직업 중 프로게이머와 웹툰작가(만화가)가 각각 6위와 11위를 차지했다.

물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두 직업의 순위가 뒤로 밀리지만 교사, 판·검사, 과학자, 기업인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던 우리 세대와는 분명 다르다.

어린이들이 프로게이머와 웹툰작가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TV에서 비치는 그들의 모습이 화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스타크래프트의 열풍 이후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네이밍됐으며, 프로게이머 역시 새로운 직업군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페이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상혁을 비롯해 김효종(학살), 김인재(에스카) 등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연봉과 곱상한 외모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프로게이머를 육성하는 전문 학원까지 성업 중이다.

또 웹툰작가는 어떤가.

공영방송의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기안84사(본명 김희민)는 엉뚱한 매력에 얼간이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본래는‘패션왕’이라는 웹툰으로 대박을 친 웹툰작가다.

얼마 전에는 서울 강남에 40억원대 상가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신과 함께’시리즈로 유명한 주호민, ‘이말년 시리즈’로 유명한 이말년 등도 기안84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만화가와 소설가는 배고픈 직업’으로 불리던 것도 이제 옛말이다.

이런 인기 작가 덕분에 국내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만 약 8000명에 이르고, 웹툰 업계 1위인 네이버웹툰의 월간 이용자 수가 600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그 산업의 규모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프로게이머나 웹툰작가들이 산업의 주류로 떠오른 배경에는 역시 디지털과 플랫폼이 있다.

오락실에 가서나 할 수 있었던 게임과 집, 만화방 등에서나 가능했던 만화책 보기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로 시간, 공간의 제약이 없어지면서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갖게 된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가까운 미래에 주류의 ‘인싸’아이템으로 바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디지털과 플랫폼의 가능성 앞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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