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기재부, 전기공사 분리발주에 “유기성 부재” 해석 내놔
전기공사협회 “기술제안 입찰 따른 분리발주, 시공품질 보장 최적 대안”

동부간선도로 전경(제공: 연합뉴스)
동부간선도로 전경(제공: 연합뉴스)

서울특별시가 발주한 공사 과정에서 분리발주 도입 여부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형국이다. 서울시와 한국전기공사협회가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반면 조달청과 기획재정부는 통합발주를 고수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1568억원 규모의 ‘동부간선도로(창동~상계 구간) 지하차도 건설공사’를 발주했다. 입찰은 기본설계 기술제안 형태로 진행한다.

기술제안 입찰은 통합발주와 대조되는 방식이다. 통합발주가 설계에서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업체가 진행하는 만큼 대기업에 유리하다면 기술제안 입찰은 공기(工期) 단축, 공사비 절감 등을 위한 기술제안서만 제출하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적어 중소기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이 공사와 관련,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을 공고했다. 이에 다음 달인 7월 전기공사협회는 전기공사 분리발주를 건의했다. 이 건의를 받아들인 서울시는 같은 해 12월 2월 분리발주 요청을 담은 계약을 조달청에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 달 18일 조달청은 “설계와 시공 분리는 기술형 입찰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공사 전체 통합발주 또는 토목 분야만 기술제안 발주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문서를 발송했다.

기획재정부의 입장 또한 조달청의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2016년 10월 기재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기술제안 입찰의 분리발주와 관련해 질의한 사항에 대해 분리해 별도 발주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회신한 바 있다.

분리발주를 놓고 벌어지는 이 같은 입장 차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4일 전기공사 분리발주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조달청에 업무협의를 제안했다. 이에 조달청은 지난달 9일 행정안전부를 향해 분리발주 가능 여부를 질의했다.

전기공사협회는 기재부의 분리발주 불가 방침을 반박하는 내용의 검토 결과를 행안부에 제출했다.

기재부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8조 제1항은 동일 구조물 공사 및 단일공사로서 설계서 등에 의해 전체 사업내용이 확정된 공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분리발주를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같은 항 각호에 예외적으로 분리발주가 허용되는 경우를 나열, 동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통합 또는 분리발주의 판단 기준은 ‘설계서 등에 의해 전체 사업내용이 확정된 공사’를 전제로 하므로 발주 시점에 최종적으로 실시 설계가 완료돼 시공의 목적물이 확정된 공사에 적용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전기공사협회는 “기재부에서 기존 질의회신에서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8조 제1항을 근거로 기술제안 입찰을 분리해서 발주할 수 없다고 했다가 재질의 회신에서는 입장을 변경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8조 제1항은 기술제안 입찰 등에 적용될 수 없다고 한 것”이라면서 “기재부의 의견이 일관성이 없으며 기존 기재부 회신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술제안 입찰 등은 시공의 목적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발주해 낙찰자가 시공의 목적물을 최종적으로 완성한 후 시공하는 발주 방식이므로 개념적으로 시공 일부를 분리해 발주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는 기재부의 설명에 대해서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98조에 따른 기술제안 입찰의 정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98조 제1~3호에서 ‘기술제안서’, ‘실시 설계 기술제안 입찰’,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 등에 대해 정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기술제안 입찰의 경우 입찰 참여 전에 이미 실시설계서, 기본설계서 등이 정해져 발주기관이 입찰자에게 교부하는 것으로 시공 목적물이 이미 존재하는 상태에서 발주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술제안 입찰이 시공 목적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발주한다는 기재부 의견은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비춰볼 때 구체적, 실증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전언이다.

전기공사협회는 “기술제안 입찰 등의 일부들 분리해 별도로 발주하는 건 설계와 시공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더 높은 품질의 공공건축물을 조달하려는 기술제안 입찰 등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다”는 기재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분리발주야말로 오히려 저가 하도급으로 인한 시공 품질 저하를 방지하고 고품질의 공공건축물을 조달하려는 기술제안 입찰의 취지에 부합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달청은 분리발주 대신 통합발주에 무게를 싣는 이유에 대해 “설계는 통합하고 시공은 전기공사를 분리발주로 진행할 경우 추후 설계변경 발생 시 실시 설계자에 모든 책임이 부여되는 등 문제점을 내포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전기신문과의 통화에서 “목적물은 전체적으로 상호 유기적인 설계 하에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며 “그 취지를 살려서 통합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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