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국회의원 총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뉴스를 보지 않아도 선거가 곧 다가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

하나는 지하철역이나 정류장 근처에서 어깨띠를 한 예비후보자들이 90도 인사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핸드폰으로 평소 잘 모르는 예비후보자들로부터 명절 문안인사를 수십 통 수신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선거트랄로피테쿠스(선거+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그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그림은 선거 전과 선거 기간, 그리고 당선 후의 정치인들의 모습을 인류 진화의 과정으로 묘사한 그림이다.

선거철만 되면 허리를 굽히고 땅에 손을 대며 굽신굽신 하면서 200만년 전 원시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퇴화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다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온다는 취지의 그림이다.

또 어느 네티즌은 “정치인이 엎드리는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라는 내용의 일러스트를 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특히 이번 20대 국회는 여느 때 보다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제 개편, 검찰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이른바 ‘동물성 국회’가 연출됐고 민생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렸으며 법안 처리율이 역대 최저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4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잘했다’는 긍정 평가는 12.7%(매우 잘했음 3.0%, 잘한 편 9.7%)에 그쳤다.

반면 의정활동을 ‘잘못했다’고 부정 평가한 응답은 77.8%(매우 잘못함 55.8%, 잘못한 편 22.0%)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를 100점 평점으로 환산하면 20대 국회 의정활동 점수는 18.6점이었고, 과거 조사와 비교하면 역시 최저치다.

또한 리얼미터가 지난 1월 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상동)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은 20대 국회에서 여야 간 협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협치가 잘못됨’이라는 부정평가는 90.6%, ‘협치가 잘됐다’는 7.7% 그쳤다. ‘협치가 잘못됐다’는 평가 중 ‘매우 잘되지 못했다’는 68.2%, ‘대체로 잘되지 못했다’는 22.4%였다.

최근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역구 현역의원이 이번 총선에 또 나온다면 안 뽑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교체지수가 과반으로 나타난 것이다.

때문에 일부 정당에서는 공천 물갈이를 과반에 이를 정도로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안 뽑겠다는 사람들에게 그럼 누굴 뽑을 건지 다시 물었더니, 절반가량은 정당과 무관하게 인물만 보고 뽑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은 정당도 바꾸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과거 선거를 보면 인물보다는 정당중심의 투표가 이뤄져왔고 지역감정에 의한 영호남 몰표 현상은 반복돼 왔다.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 지역감정보다는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응답한 수치보다 적게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17년 3월에 개봉한 ‘더 킹’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박태수 역의 배우 조인성은 정치검찰을 하다 윗선으로부터 버림을 당하고 선거에 출마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과 같이 멋있는 독백을 한다.

서울 종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결과가 5초 후면 뜨는 장면에서다.

“내가 당선되었냐고? 떨어졌냐고? 그건 나도 궁금하다. 왜나하면 그건 당신이 결정할 일이니까. 당신이 이 세상의 왕이니까.”

영화 제목에서 말하는 ‘더 킹’은 바로 당신 즉, 유권자가 왕이라는 메세지를 관객들에게 던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더 킹’의 명대사 중의 하나다.

이번 총선에서 왕인 여러분들이 이제 답할 차례다. 21대 국회도 역시 최악의 의원들로 구성될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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