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게 죕니까, 여러분!”
하루아침에 진실만을 말하게 된 ‘정직한 후보’···2월 12일 개봉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거짓말쟁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극장가를 찾아온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 메인 포스터(사진=NEW)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거짓말쟁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극장가를 찾아온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 메인 포스터(사진=NEW)

“거짓말을 하지 말라” 독일의 철학자 칸트(1724~1804)가 주장했던 정언명령이다. 선의의 거짓말도 해선 안 된다고 했던 근대 계몽주의철학의 거장, 칸트가 그렸던 세상이 영화 ‘정직한 후보’(제공/배급 NEW, 제작 수필름·홍필름, 감독 장유정)에 펼쳐졌다.

오는 2월 12일 개봉하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지난 2014년에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영화

지난 6일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정직한 후보’ 제작보고회에서 장유정 감독은 “원작(O Candidato Honesto)처럼 거짓말쟁이 비리 정치인이 대통령 선거에 나가면서 거짓말을 못하게 되는 이야기가 기본”이라며 “코미디 같은 경우는 때와 장소, 문화적 차이나 코드 때문에 다르게 읽혀지는 지점이 있어서 우리 현실에 맞춰서 재해석했다”고 영화 ‘정직한 후보’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장 감독은 이번 작품을 “막혀있던 속을 뻥 뚫어주는 통쾌한 코믹 영화”라고 소개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우 라미란에 대해서는 “원작이 남자 대통령 후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자주인공으로 알아보고 있었지만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배우는 라미란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가장 먼저 캐스팅을 제의했고 극의 성별을 바꿨다”고 전해 극중 ‘주상숙’을 궁금케 한다.

주상숙은 국민들 앞에서는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는 둘도 없이 청렴하고 믿음직한 국회의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서민을 자신의 일꾼으로 여기며 4선 당선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옵션이 아닌 필수로 여기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거짓말을 잃어버렸다는 스토리라인은 ‘만약 내가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며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일 예정이다.

장 감독은 “거짓말쟁이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전혀 못 하게 됐다는 설정 자체가 아주 재밌었다”며 “'거짓말을 잃어버린 사람이 과연 어떤 이야기까지 쏟아낼 것인가'라는 부분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원치 않게 갖게 된 ‘진실의 주둥이’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촌철살인 팩트 폭격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웃음뿐만 아니라 답답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 또한 선사하며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이라는 신조어를 떠올리게 한다.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거짓말쟁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극장가를 찾아온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사진=NEW)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거짓말쟁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극장가를 찾아온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사진=NEW)

◆스토리텔러 장유정 감독 X 뻥쟁이 군단

장 감독은 2010년 뭇 여성들의 첫사랑을 ‘김종욱’으로 만들었던 로맨스 코미디 영화 ‘김종욱 찾기’를, 2017년에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각색해 좀 많이 특별한 형제애로 해학과 풍자를 담아낸 코믹버스터 ‘부라더’를 성공시키며 뮤지컬 무대를 넘어 영화 연출가로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정직한 후보에서는 신선한 컨셉은 물론 ‘내 아내의 모든 것’ ‘범죄도시’ 제작진과의 협업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라미란은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현실감 돋는 밉상 상사 ‘라미란’으로 매력을 선보인 후 ‘응답하라 1988’ ‘쌍문동 치타여사’를 통해 따뜻한 모성애부터 범상치 않은 춤, 노래 실력까지 다양한 매력을 보여줬다. 2019년 ‘내안의 그놈’ ‘걸캅스’를 흥행으로 이끌며 코미디 장인임을 입증한 그녀는 올해 정직한 후보 주상숙’역으로 코미디 베테랑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눈치 따위 보지 않고, 빈말 같은 건 할 줄도 모르는 사이다 캐릭터들이 ‘뻥쟁이 군단’으로 뭉쳤다. 먼저, 주상숙의 열정부자 보좌관 ‘박희철’ 역은 배우 김무열이 맡았다.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이미지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무열은 주상숙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입만 열면 폭탄을 터뜨리는 의원님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짠한 반전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했다.

한편 배우 나문희가 주상숙의 거짓말로 숨어 살게 된 할머니 ‘김옥희’로 분해, ‘거침없이 하이킥’부터 ‘아이 캔 스피크’ ‘수상한 그녀’까지 활약했던 코믹 연기 대가의 내공을 가감 없이 보여줄 예정이다. ‘완벽한 타인’으로 대중들에게 주목받은 후 ‘내안의 그놈’ ‘배심원들’ 등을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킨 배우 윤경호는 주상숙의 남편 ‘봉만식’으로 분했고, 아내를 위해 깍두기 담그기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 등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또 충무로의 떠오르는 신예 장동주가 주상숙의 아들 ‘봉은호’를 연기했다. 장동주는 드라마 ‘학교 2017’, ‘복수가 돌아왔다’, ‘미스터 기간제’ 등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러시아 문호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는 “인생에 있어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평생 진실만을 말하며 살아간다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가올 21대 총선에는 정직한 후보가, 아니 정직한 후보만이 승리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것이 세계의 영구적 평화를 바랐던 칸트의 꿈에 한발짝 다가서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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