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1년
연료전지 발전량 21.8% 증가, 제조사 독립 등 시장규모 확대 성과
P2G, 사업형태 등 고민해야 할 과제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울산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뒤 수소생산 공장을 찾아 공장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울산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뒤 수소생산 공장을 찾아 공장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지 정확히 1년이 지났다.

연료전지와 수소차를 양대 축으로 ‘수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정부의 포부에 맞춰 발전공기업들은 연료전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다.

발전공기업을 필두로 연료전지 사업에 나선 결과 한국은 세계 최대 연료전지발전시장을 보유하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직전인 2018년 발전용 연료전지 328㎿,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7㎿ 등 총 335㎿를 기록했던 연료전지 발전량은 2019년 발전용 397㎿, 가정·건물용 11㎿로 총 408㎿로 늘어났다.

전체 연료전지 발전량이 1년 사이에 약 21.8%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연료전지발전사업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일각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전기위원회는 두 차례 “심도 있는 심의를 위해 수소경제 관련 기술과 정책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뤄진 뒤 재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연료전지발전사업 허가에 대한 심의를 보류한 바 있다.

수소경제 로드맵 1주년, 발전용 연료전지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연료전지 제조사 독립, 연료전지발전소 양적 성장 등 수소경제 로드맵 효과 ‘톡톡’

지난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연료전지를 제조하던 두산과 포스코에너지가 연달아 연료전지 부문을 독립시킨 것이다.

두산이 지난해 10월 두산퓨얼셀을 인적분할하며 먼저 포문을 열었고 뒤를 이어 포스코에너지가 한국퓨얼셀을 물적분할했다.

SK건설도 블룸에너지와의 합작법인을 국내에 설립하고 생산공장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며 국내 연료전지 제조시장이 달아올랐다.

발전공기업들도 지난해 연료전지발전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4월 한국서부발전이 서인천연료전지 3단계(18㎿)를, 한국남부발전이 지난해 2월과 10월에 신인천연료전지 2·3단계(총 38.72㎿)를 준공하며 양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진행 중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사업개발에도 힘쓴 발전공기업은 올해 준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연료전지발전소 설비용량은 80㎿를 상회한다.

한국남동발전이 전남 여수와 경기 화성에 총 29.5㎿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를 조성하고 있으며 한국중부발전도 서울, 세종, 인천 등에 총 27㎿ 설비용량의 연료전지발전소를 올해 안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연료전지발전사업이 눈에 띌 전망이다.

한수원은 2021년 준공을 목표로 총 79.4㎿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산화력본부를 중심으로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국동서발전은 중장기 전략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제시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동서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추출해 사용하는 연료전지가 아니라 화학 공정의 부산물인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50㎿ 규모의 대산수소연료전지발전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앞으로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제조사와 함께 부생수소를 활용한 발전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다 “국내 수소에너지산업 국산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경기 파주시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8㎿급 연료전지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농촌에 천연가스 배관을 확보하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형 신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드론에 기존 배터리 대신 연료전지를 활용해 비행시간을 2시간 이상으로 대폭 증가시킨 수소연료전지용 파워팩과 수소연료전지드론을 선보여 국제전자박람회(CES) 2020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비 발전용 분야에서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친환경발전, 그러나 아직은 미완성...‘P2G’가 핵심

연료전지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지만 정부가 최종 목표로 제시한 그린수소 생산이 정상궤도에 올라선다면 수소를 활용한 청정발전이 가능해진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정부가 그린 청사진은 ‘Power to Gas(P2G)’로 요약되는 수전해다.

남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수전해 기술과 대용량의 수전해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다.

발전공기업이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추진하면 천연가스발전소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LNG를 개질해 사용하는 현세대 연료전지의 특성은 발전공기업이 LNG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본부를 최적 입지로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는 크게 발전연료인 LNG 공급을 위한 가스공급망, 생산된 전력을 기존의 전력망에 연결하는 신규 전력망으로 나뉜다.

이는 LNG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면 발전본부 내에 이미 갖춰진 설비로, 연료전지 스택만 사면 발전이 가능하다.

기존 발전소 부지 내에 연료전지발전소를 추가로 구축하는 것은 주민수용성 측면에서도 발전공기업에 좋은 선택지가 된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려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이용률이 높고 출력량 변동이 거의 없는 발전설비라는 점도 연료전지의 장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에 출력량 변동을 맡겨야 한다”며 “연료전지는 출력량이 일정해 계통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가중치도 2.0으로 높아 발전사업자로서는 좋은 선택지”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료전지 발전사업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수소를 활용한 발전 자체는 친환경발전이지만 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한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재무적인 관점에서도 연료전지에 LNG를 사용하게 되면 LNG 가격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통제할 수 없는 LNG 가격이 연료전지발전사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발전공기업 관계자 A 씨는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위한 투자자를 모집할 때 이런 위험성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연료전지발전사업이 발전공기업의 LNG발전단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이나 경제성 평가의 불확실성은 P2G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일정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연료전지 설비를 관리하는 주체가 발전사가 아닌 제조사라는 점도 발전사 입장에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발전공기업 관계자 B 씨는 “연료전지의 경우 발전사가 운전·유지보수(O&M)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유지보수계약(LTSA)을 맺어 제조사가 관리하는 구조”라며 “발전사가 발전설비를 들여놓고 제조사에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된지 1년이 지나고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정부와 시장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정책이 로드맵을 따라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사후관리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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