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용어는 미국의 인지과학자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1956년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에서 기계가 인간의 학습 방식을 모사해 지능을 갖추어 가는 학문에 대한 연구를 제안하며 처음 언급했다. 이후 인공지능 기술은 발전과 침체를 겪으며 진화를 거듭했고, 2016년 3월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던 바둑 대결에서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보다 한해 앞선 2015년 구글(Google)은 자사의 인공지능 개발 플랫폼인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하며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을 이끌었고, 이를 계기로 과거 일부 과학자나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되었던 ‘특수한’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IBM 왓슨(Watson)은 방대한 의료기록을 기반으로 환자를 진단하여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고, 구글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앞서고 있다. 이미지 인식이나 합성기술은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지 오래다. DNA 정보를 기반으로 질병 위험도를 예측하여 개인에게 제공하는 상용 서비스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점점 더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다.

에너지 분야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이론으로만 제시되었던 복잡한 계통 최적화 알고리즘이 딥러닝 기술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국가 전력망을 인공지능으로 최적화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세우거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보다 더 큰 투자효과를 얻는다”고 말하며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 등의 비약적인 발전은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기상 상황에 따라 매우 가변적인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량을 인공지능을 통해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에 미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에너지 산업 혁신의 중심에 서고자 회사의 정체성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GE는 전통적인 제조회사에서 세계적인 IT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디지털 트윈’ 등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화(化)를 선도하고 있다. 지멘스는 기존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융합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어 한전도 2019년 4월 ‘전력 빅데이터융합센터’를 열고 매년 3조건 이상 생성되는 전력 빅데이터 확보 기반을 마련했으며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와 디지털변환처를 신설하는 등 향후 디지털 혁신기술 개발을 위한 조직정비를 완료하고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ICT 공기업인 한전KDN은 2017년 전력 그룹사 최초로 인공지능 연구개발 전담 조직인 ‘전력인공지능센터’를 개설하고 현재 전력ICT연구원 산하에 전력인공지능부를 두고 인공지능 기반의 전력설비 진단과 수명예측,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계통최적화 등의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의 보안관제 솔루션과 지능형전력계량인프라(AMI;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장애분석 및 진단서비스 개발에 착수하였으며 올해 하반기에 이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바로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다. 2016년 이후 급성장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전문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2019년 12월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여 인공지능 인프라 확충과 인재양성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특히 광주시는 올해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에 착수해 인공지능 분야 대규모 R&D 발굴, 인프라 구축, 사업화 지원 및 창업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인공지능은 향후 에너지 산업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다 줄 기술임이 분명하다. 글로벌 인공지능 선도국가와의 기술격차를 줄이고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공기업, 민간기업 모두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과 인재양성, R&D 등 전반에 걸쳐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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