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전망보고서, 미국 등 선진국 위축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신흥국 세계 경기 견인…4차 산업혁명 신산업 주목도 높아질 듯

새해 벽두부터 암울한 경제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의 확산으로 세계교역이 위축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기의 빠른 하향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2020년 경제를 예측한 다수 전망보고서에서 가장 빈번히 언급된 키워드가 ‘저성장’이다. 세계교역 둔화 추세가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경기 둔화 및 수출 경기 악화 등으로 선진국 경제의 위축 국면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주요 보고서에서는 ‘신흥국의 성장’과 ‘미래신산업’이 올해 세계 경제를 조망할 핵심 키워드로 거론됐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흐름이 고착화된 가운데 신흥국이 세계경기의 반등을 이끌고 있는 한편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이 시장의 형성으로 이어진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세계경제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국내 국책·민간연구원들의 전망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저성장·신흥국·미래신산업’ 등 3개 키워드를 토대로 세계경제를 한발 먼저 살펴봤다.

◆선진국發 저성장, 세계교역·투자 동반 위축 이끌어=‘저성장’은 세계 경기를 전망한 모든 보고서에서 가장 빈번히 언급된 키워드다. 특히 그간 세계 교역과 투자 부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온 미국 경기의 지속적인 침체를 우려하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올해 미국은 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 경기 및 투자가 부진한 상태에서 재정확대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탓이다.

실제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경기침체의 하방요인 작용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0.3%p 낮은 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 둔화는 미·중 무역갈등, ‘노 딜’ 브렉시트 위험, 중국의 수요 감소 등과 맞물려 세계경기를 급격히 위축시킬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9월 OECD가 발표한 보고서는 ▲미·중 무역분쟁의 확대 ▲중국의 완화정책 실패 ▲노 딜 브렉시트 ▲저성장·과다부채·신용저하 ▲유가상승 지속 등을 세계경기의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무역분쟁의 심화 또는 새로운 무역분쟁의 확산, 중국의 수입 수요 위축 등은 세계 교역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가상승은 중장기적으로 생산비용 증가 측면에서 교역량과 교역액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세계경기의 저성장 흐름 속에서 확산일로에 있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교역의 확대를 견인해온 글로벌 가치사슬(GVC)를 약화시켜, 종국에는 한국 수출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GVC의 약화로 교역탄성치가 낮아지면서 중간재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 산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올해 세계 교역은 중간재보다 최종재가 견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측했다.

◆신흥국 성장 지속…중국↓ 인도·러시아·브라질↑=올해 중국은 2019년 대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는 반면, 주요 신흥국 대부분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정부의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엽협정 관련 불확실성 ▲중국 기업 디폴트 증가 ▲홍콩시위의 장기화 등 하방요인이 작용하면서 올해 0.2%p 하락한 6%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인도·러시아·브라질의 경우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침체된 세계경기를 견인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발표된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2019년 대비 0.5%p 높은 6.2%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앞서 인도 정부는 세제 개편, 자동차산업 지원, 금융부문 유동성 지원, 외국인직접투자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한 농촌경제 약화 ▲확장적 재정정책의 지속가능성 ▲인도·미국 무역긴장의 고조 ▲종교 및 지정학적 갈등 등 하방요인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밖에 아세안 5개국은 대외여건 악화가 지속되나 완화적 통화정책 등을 통한 민간소비 증가로 2019년과 비슷한 4.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나 재중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감소폭은 소폭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대러 제재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등 하방요인과 ▲완화적 통화정책의 지속 ▲정부투자 확대 등 상방요인이 작용하면서 2019년 대비 0.6%p 높은 1.7%의 성장률 기록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원유 국제가격이 하락할 경우 주요 수출품인 원유의 수출전망을 어둡게 할 가능성 존재한다.

또 브라질의 경우에도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연금개혁 ▲공기업 민영화 ▲세제 간소화 등을 추진하면서 2019년 대비 1.0%p 높은 1.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경제성장률과 별개로 신흥국의 외환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분석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전망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기둔화와 그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가 심화되면서 신흥국의 외환시장 불안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단기외채 비중이 높고, 외환보유액의 규모가 작은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등의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미래신산업, 전·후방산업에 성장의 기회 제공=올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미래신산업은 성장률 하락과 주력산업의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을 2020년 약진이 예상되는 대표 산업으로 꼽았다. 저성장에 따른 노동과 자본 투입의 저하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민간 부문에서 신산업을 미래 경제 성장을 견인할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분석의 근거다.

반면 세계적으로 급격히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의 경우 전문인력의 절대적 부족 현상으로 인해 기술추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세계적인 IT 자문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AI 분야에서 파급되는 세계부가가치 규모가 오는 2022년 3조9000억달러(한화 약 4502조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반면, 국내 기술은 세계 수준에서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3개 대학에 AI특화 대학원을 설치해 연구인력 육성에 주력하고, 민간에서도 해외거점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의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인프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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