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Biz팀 박정배 기자
에너지Biz팀 박정배 기자

인간관계가 언제나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 한 사람과의 관계가 늘 좋게 유지되거나 여러 명과의 관계가 늘 원만하게 이어지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이상론일 뿐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좋은 방법은 갈등을 일으킬 상황을 없애고 원만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때때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책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필연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존재한다. 다수결의 원칙을 민주주의의 우선순위로 두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수결이 가장 옳다고 여기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배운다. 그래서 정당한 소수의 의견도 경청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학창 시절을 통해 학습한다.

최근 가스 업계의 최대 현안은 개별요금제 도입이다. 개별요금제는 큰 틀에서 보면 민영화 절차를 밟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가스 산업의 최대 컨트롤 타워인 한국가스공사를 민영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국민의 공공재로 규정했던 천연가스를 민간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끄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희귀하지는 않지만, 꽤 필요성이 크고 산업과 가정에 꼭 필요한 가스는 가스공사라는 공(公)의 영역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희귀하지 않은 가스가 더욱 흔해졌다. 미국의 셰일오일 기술 개발로 가스의 유동성이 더욱 커졌다. 공급량이 늘어난 만큼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해진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 됐다.

발전사들은 굳이 가스공사를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능력이 되는 대로 천연가스 원(原) 공급처와 직접 거래를 시도해 제품을 사들일 수 있게 됐다. 이것이 천연가스 직수입이다.

직수입이 늘면서 가스공사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개별요금제다.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들여오되 발전사와 개별적으로 협상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원래 지난 9월 개별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기존의 방식인 평균 요금제로 계약한 발전사들의 볼멘소리가 컸다. 장기 계약으로 인해 당분간은 비싼 요금으로 가스를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노동조합의 반대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노조 측은 가스의 공공재로서의 가치에 주목했다. 민간 사업자들이 국민의 공공재를 임의로 거래하는 방식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주목할 만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개별요금제가 기해년이 지나기 전에 도입을 완료할 전망이다.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정부 승인을 받아 그 즉시 시행할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16일 형평성을 갖추기 위한 발전사들의 요청 사안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 평균 요금제와 직수입 사이의 균형을 기하기 위한 개별요금제의 존재 이유를 노조와 대화로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개별요금제는 가스 시장의 제3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2020년부터 시작하는 개별요금제 시대는 2024년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그동안 계속해서 불거질 수 있는 발전사, 특히 중소형 발전사의 목소리를 가스공사는 꾸준히 경청해야 한다. 불만은 필연적이지만 불필요한 분쟁은 그야말로 불필요하다는 진리를 가스공사는 늘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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