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조명업계, 사전에 준비한 업체 아니면 참여 힘들어,“공정성 결여”분통
70억짜리 사업 번갯불에 콩 볶아먹나 주장에, 광산업진흥회, “기간 내에 입찰준비 가능”

광양시와 한국광산업진흥회가 지난 11일 올린 ‘광양 선샤인 해변공원 경관조명 설치용역 사업’의 제안요청서(왼쪽)와 경관조명업계의 민원이 이어지자 15일 입찰공고를 사전규격공개 형태로 바꿔서 올린 공고.
광양시와 한국광산업진흥회가 지난 11일 올린 ‘광양 선샤인 해변공원 경관조명 설치용역 사업’의 제안요청서(왼쪽)와 경관조명업계의 민원이 이어지자 15일 입찰공고를 사전규격공개 형태로 바꿔서 올린 공고.

경관조명업계가 ‘광양 선샤인 해변공원 경관조명 설치용역 사업’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왜 긴급으로 입찰을 진행했느냐는 것이다. 그만큼 공고기간도 줄고, 제안서를 준비하는 기간도 짧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대형사업은 두 달에서 3개월 정도의 기간을 주는 게 일반적인데 광양시 사업은 제안서 접수마감까지 채 20일이 남지 않았다.

준비기간이 촉박해 입찰 전부터 평가기준에 따라 제품을 미리 준비한 업체가 아니면 입찰에 참여조차 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도대체 입찰을 왜 긴급으로 진행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정도 규모의 경관조명사업을 불과 한 달 만에 준비해서 입찰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광양시는 많은 업체들이 입찰에 들어오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광양시청 관계자는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집행 때문에 하반기 내에 예산을 집행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면서 “광산업진흥회에 입찰업무를 위탁한 것도 LED경관조명이라고 하는 게 상당히 전문적이고, 인력과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내부검토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광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올해 안에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역순으로 일정을 계산하다보니 현재와 같은 일정이 나왔다”며 “올해 사업이 진행이 안 돼 중점관리사업으로 지정되면 내년도 경관조명 사업에도 타격이 있어 불가피하게 연내 사업자와 계약까지 맺기 위해 긴급으로 공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계약예규에 따르면 추정가격 10억원 이상 사업은 40일, 10억원 미만 1억원 이상일 경우 20일, 1억 원 미만일 경우 10일간의 공고일을 지켜야 하며, 긴급하거나 재공고입찰인 경우에는 제안서 제출 마감일 10일 전에 공고할 수 있다.

두 번째 의문점은 ‘왜 사전규격공개나 현장설명회를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광양시와 광산업진흥회는 이 부분에 대한 민원이 이어지자 11월 15일 입찰공고를 사전규격 공고 형태로 바꿔서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공고기간은 12월 10일까지로 동일하게 올렸다. 업체 입장에선 준비기간에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런 조치는 나중에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관조명 설계업계 관계자는 “큰 규모의 경관조명 사업 입찰을 협상의 의한 계약방식으로 진행할 때 통상적으로는 사업구간, 사업별로 나눠서 한다. 또 현장설명회를 먼저 하고, 발주처가 요구하는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시한다”면서 “또 (광양시 사례처럼) 이런저런 제품을 쓰라고 제안요청서에 넣어놓으면 업체들의 제안이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정기업 제품이 아니면 제시된 평가기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업계가 분통을 터트리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미디어파사드 LED 15W급 해상도 부분의 만점 기준인 56픽셀 이상 제품이나 LED투광등 160W급 염수분무시험(300시간 이상), LM-80인증 패키지 사용 등을 만족하는 제품은 경관조명 업계에서는 흔치 않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경관조명업계 관계자는 “해상도 56픽셀 이상은 일반적으로 구할 수 없고, 특정기업의 제품”이라면서 “또 LM-80인증 성적서는 경관조명 업계에선 흔치 않고, 염수분무시험 같은 성적서의 경우에도 주어진 기한 내에 준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시험항목들은 사업을 미리알고 준비한 업체가 아니면 한 달 이내에 준비할 수 없는 기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광산업진흥회 관계자는 “LM-80인증 패키지 사용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저가의 중국산이나 싸구려 국산칩 대신 LM-80인증을 받은 패키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광산업진흥회는 그동안 입찰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면서 평가기준에 LM-80 인증 패키지 사용여부를 계속 넣어왔다”며 “염수분무시험도 해변공원의 경관조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필요하며, 시험기간도 국내 5개 시험기관에 문의한 결과 3~5일이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면서 20일 이내에 충분히 입찰준비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주장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광양시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경관조명 사업을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추진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만약 올해 사업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면 내년과 후년에 예정된 경관조명 사업 역시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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