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풍력산업계에 모처럼 순풍이 불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주기기공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중공업이 선정되면서다.

국제입찰(70%)과 국내입찰(30%)로 나눠 진행된 이번 입찰에서 두산중공업은 국내입찰은 물론 국제입찰에서도 글로벌 풍력기업을 제쳤다.

총 사업비만 약 5300억원 규모다.

지난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림해상풍력SPC는 15일 국제입찰로 진행한 주기기 선정 입찰에서 두산중공업을 풍력터빈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함께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풍력기업 지멘스가메사를 제쳤다.

앞서 국내 풍력제조기업으로 참여를 제한한 30% 국내입찰에는 두산중공업만 참여하면서 사실상 100MW 규모의 한림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두산중공업이 독식한 셈이다.

이번 수주로 국내 풍력산업계는 숨통이 트였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서남해해상풍력 이후 해상풍력프로젝트가 전무했고, 육상풍력 역시 환경규제에 부딪혀 지지부진하면서 올해 3분기 기준 풍력발전 누적 보급량은 133MW에 그쳤다.

태양광 발전이 안전성이나 환경파괴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약 2305MW가 보급된 것과 대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풍력기업들은 모처럼 발주가 나온 한림해상풍력을 사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마저 외산기업에 넘어가게 되면 내수의 씨가 말라 명맥을 이어온 국내 풍력산업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까지 감돌았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직면한 두산중공업이 공격적인 입찰 전략으로 사업을 따냈다고 분석한다.

기기 효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가격을 대폭 낮춰 입찰에 참여해 가격경쟁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국내입찰(30%)분과 달리 국제입찰(70%)에 참여할 때 장비 단가를 더 낮춰 제시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수주 계약을 확정하기 전이기 때문에 우리가 코멘트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덕분에 풍력업계는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풍력 산업 시장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사업을 맡으면서 풍력 부품과 O&M 산업 등 부가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 시행사가 손해를 감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사 터빈에 비해 국산제품의 효율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내부수익률(IRR) 차이가 크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전력기술이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한림해상풍력발전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멘스가메사 장비는 IRR이 7.16%지만 두산중공업은 4.74%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장비 수익성이 지멘스의 약 66%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천명하고 나선 상황에서 이번 정부 들어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한림해상풍력 사업에서 해외기업을 기기공급자로 채택하는 데 한림해상풍력SPC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PC에는 한전(29%)과 중부발전(22.9%),한국전력기술(5%) 등 공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대림산업(10%), (주)바람(5%), 재무적투자자(FI)(28.1%)가 참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해외 터빈사 관계자는 “기기 효율을 따질 때 수익성 면에서 차이가 날 텐데도 SPC가 이런 결정을 했다는 건 아마도 국산을 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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