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전원공급문제 해결책으로 '주목'
철도관리부터 스마트 셔츠까지 다방면 활용

제공=가스안전공사
제공=가스안전공사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스마트오피스, 스마트빌딩, 스마트 농축산 등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스마트’ 열풍이 불고 있다.

스마트산업에는 온도, 습도, 동작, 사물 등을 감지하기 위한 센서가 필수인데, 규모가 커질수록 많은 센서가 사용되고 이로 인한 배터리 교체 문제가 발생한다. 일상의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기기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하베스팅’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전기기기는 배터리를 필요로 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꾸준히 향상되고 있지만 배터리의 적지 않은 부피와 무게, 또 방전으로 인한 교체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다.

스마트 산업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센서 네트워크는 저전력 CMOS(집적회로의 일종)를 활용한 무선통신모듈과 센서노드(센싱, 컴퓨팅, 무선통신 기술을 갖춘 초소형 장치)를 넓은 지역에 분포시켜 이를 통해 얻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문제는 이렇게 넓게 퍼진 센서노드를 전선으로 연결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주기적으로 교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교체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배터리로 인한 공해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에너지하베스팅은 이같은 소형전자기기의 전원공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에너지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란 일상생활에서 버려지거나 소모되는 에너지를 수확(Harvesting)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처럼 이미 우리가 익숙한 분야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온도변화, 기계 진동, 충격 등의 에너지를 변환해 전기에너지를 수확하기도 한다. 공해 물질을 발생시키는 화석에너지, 원자력연료 등과 달리 깨끗하며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는 자연 친화적 성격도 있다.

에너지하베스팅은 에너지 소스별로 ▲열발전(Thermoelectric) ▲압전발전(Piezoelectric) ▲광전발전(Photovoltaic) ▲RF(Radio Frequency) 발전 등으로 나뉜다.

열발전은 열 에너지의 온도차를 전위차(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제벡(Zeebeck)효과를 기반으로 하는데, 온도차가 클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발생한다.

압전에너지는 진동과 움직임이 에너지원이다. 누르는 과정에서 양전하와 음전하가 나뉘는 ‘유전분극’ 현상을 이용하는데, 압력을 주면 표면의 전하밀도가 변하면서 전기가 흐르게 된다.

광전발전은 빛과 태양광이 에너지원이다. 금속 등이 고에너지의 태양광을 흡수하면 전자를 내보내는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태양전지가 대표적이다.

RF 발전은 전파를 에너지원으로 전자기파를 수집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밖에 적용대상별로 분류하면 ▲사람이 신체를 움직이며 발생하는 ‘신체에너지’ ▲물체에서 발생하는 ‘진동에너지’ ▲물체의 무게로 힘이 가했을 때 발생하는 ‘중력에너지’ ▲물질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발생하는 ‘위치에너지’ ▲가전제품, 휴대전화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너지’ ▲태양광발전기 등의 빛에서 발생하는 ‘광 에너지’ 등이 있다.

분야별로 활용되고 있는 에너지하베스팅 기술을 보면 EnOcean사는 사람이 스위치를 눌렀을 때 생기는 기계적인 위치의 이동을 에너지원으로 해 제어신호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스위치 모듈을 개발했다. 조도센서와 연동해 조명을 제어하거나 온도센서나 습도센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조를 제어하는 등의 서비스에 활용된다. 이를 통해 전원코드를 사용한 구축 방식에 비해 최대 75%의 구축비용을 절감했으며 최대 40%의 전기료를 절감했다.

철도시설 분야에도 활용된다. 영국 Perpetuum사는 철도시설의 장비 및 자산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진동 에너지하베스팅과 무선센서 노드를 개발했다. 객차와 화차의 온도, 압력, 누설, 보안 문제를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어 철도의 운영 및 유지 보수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는 영국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을 중심으로 전파됐다.

네덜란드 Host Centre사는 사람이 걸어다닐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인체를 모니터링하는 사무용 셔츠를 개발했다. 사무실에서 평균 1MW, 걸어다닐 때 평균 2MW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세탁과 다림질도 가능하다.

이처럼 에너지하베스팅은 스마트산업을 위한 필수 기술이지만 국내 수준은 걸음마단계다. 에너지하베스팅을 기반으로 사업중인 업체도 극소수일 뿐더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에너지하베스팅에 대한 관련 연구를 비롯해 무선 센서 네트워크, Battery-Free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하베스팅이 스마트산업이 발달할수록 필요한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관련된 정부부처나 지자체의 산업 활성화 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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