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의 해저 케이블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블록섬 앞바다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에 포설되고 있다.
LS전선의 해저 케이블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블록섬 앞바다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에 포설되고 있다.

LS전선(대표 명노현)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수주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뚜렷해지고, R&D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속속 내면서 성장 가도에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내 전선업계의 전반적 침체 속에서 LS전선은 실적과 R&D,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국내 1위 기업다운 저력을 보이고 있다.

◆초전도케이블·강체전차선·고내화케이블 등 R&D 선도

LS전선은 지난달 한국전력과 함께 세계 최초로 ‘꿈의 송전기술’로 불리는 초전도 케이블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케이블 개발→타입 테스트-→실계통적용(장기실증)을 거쳐 마침내 전인미답의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LS전선이 경기도 용인 흥덕 변전소와 신갈 변전소 간 1㎞ 구간에 설치한 초전도케이블은 상업운전에 돌입한 상태다.

세계적으로 5개 기업이 보유한 초전도 케이블 기술은 그동안 상용화 단계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LS전선이 최초의 자리에 등극하게 됐다. 최초 개발을 시작할 당시 선진기업과 기술 격차가 30년으로 평가됐지만, 약 20년 만에 뛰어넘은 셈이다.

초전도 케이블은 구리보다 낮은 전압으로 5~10배의 전력을 보낼 수 있고 변전소 면적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LS전선은 이번 상용화가 글로벌 초전도케이블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엔 국내 전선 업계 처음으로 고내화 케이블에 대해 국가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받았다. 화재 발생 시 불에 오래 견디고 연기와 유독가스도 적게 나오는 제품이다. 일반 시판 케이블(750°C, 90분)보다 높은 950°C에서 180분간 불에 견디며 고유 기능을 발휘한다. 이른바 골든타임이 2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화재 시 연기가 적게 나서 가시거리도 2배로 늘어나고, 일산화탄소와 염화수소의 배출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

이에 앞서 9월엔 고속철도용 ‘강체 전차선(Rigid Bar)’을 세계 2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구리 전차선이 아닌 알루미늄 바(bar) 형태로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전차선을 지지하기 위한 설비들이 필요 없어 터널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동안 시속 250km급 고속용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지만, LS전선의 국산화로 수입대체가 가능해졌다.

LS전선은 지난 6월 전력기자재 중 처음으로 초고압(500kV급) 전력케이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받기도 했다.

◆영업이익 개선 뚜렷…내년 실적 기대감 키워

R&D 성과와 더불어 실적도 개선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LS전선은 올 3분기 누적으로 매출액 3조4000억원, 영업이익 124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영업이익은 25.2% 상승한 수치다.

LS전선 관계자는 “주요 제품의 매출 확대와 해외 자회사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매출액이 증가했다”면서 “유럽, 아시아, 중동에서 초고압과 전력망 구축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고 아시아 시장에서 해저 케이블 사업 매출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누적 수주잔량은 올 3분기까지 2조57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 2조1200억원보다 21% 상승했다. 대만에서만 4000억원 이상의 해저 케이블을 수주했고, 쿠웨이트 신도시 등 중동에서 초고압 케이블 수주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2017년과 2018년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1113억원, 1102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영업이익이 1600억~1700억원 수준을 무난히 기록할 전망이다. 수주잔량이 계속 확대되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LS전선의 자회사인 LS전선아시아도 3분기 누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상태다. 매출액 3945억원, 영업이익 190억원을 실현했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 2개 생산법인(LS-VINA, LSCV)과 미얀마 생산법인(LSGM)의 지주사다.

LS전선은 앞으로 해저, 초고압, HVDC 케이블 등 첨단 케이블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향후 장거리 송전망 구축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500kV급 제품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00kV급 케이블은 미국, 중국 등 국토가 넓은 나라의 신규 전력망 구축, 도시 미관과 안전 문제로 인해 가공 송전망의 지중화, 슈퍼그리드(국가간 전력망 연계) 등으로 인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는 500kV급 이상 제품의 글로벌 시장이 2021년 1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S전선은 직류와 교류에서 모두 500kV급 이상의 설계와 제조기술, 상용화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6개 기업만 이 같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또 대용량 장거리 송전에 적합한 500kV급 HVDC 케이블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500kV급 HVDC 케이블의 공인인증을 완료했다. HVDC 케이블 기술은 유럽과 일본의 전선 기업들도 보유하고 있으나, 공인인증을 받은 것은 LS전선이 처음이다.

HVDC 사업은 2020년 세계 누적 시장 규모가 약 70조원으로 전망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LS전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HVDC 케이블을 개발, 시공까지 완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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