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전하고 있다.

한-일 무역 분쟁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한민국 사회는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을 전개하는 가운데서도 국가 경제의 경쟁력 약화라는 우려에도 직면해야 했다. 이 가운데 한 가지 대안이 등장했다.

◆남북경제협력, 멀고도 험한 소통의 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경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며 “일본은 결코 우리 경제의 도약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더 키워주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경제는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굴곡이 있다고 해서 쉽게 비관하거나 포기할 일이 아니다”라며 “긴 세월의 대립과 불신이 있었던 만큼 끈질긴 의지로 서로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평화경제야말로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미래라는 확신으로,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나갈 때 비핵화와 함께 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그 토대 위에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남북관계는 문 대통령이 원하는 그림대로 이뤄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당장 문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다음 날인 8월 6일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감행했다. 심지어 북한 외무성은 “남조선이 그렇게 안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면 차라리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평화경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와 관련, ‘202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IMF의 예측과 ‘2050년경 국민소득 7만~8만 달러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열린다”며 “막대한 국방비뿐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무형의 분단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대북 저자세 비판론’에 대해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다음날인 8월 16일 ‘삶은 소대가리’로 대표되는 조롱성 발언으로 화답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담화를 내고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고 격하하면서 경축사에 대해 “섬나라 족속에게 당하는 수모를 씻기 위한 똑똑한 대책이나 타들어 가는 경제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도 없이 말재간만 부렸다”고 비판했다.

‘삶은 소대가리’는 문 대통령이 평화경제를 추진하겠다고 한 데 대한 답변이다. 그러면서 조평통은 경축사를 ‘망상’, ‘어부지리’ 등의 단어로 조롱했다.

북한이 위화도에서 석유를 탐사하는 장면으로 알려진 사진
북한이 위화도에서 석유를 탐사하는 장면으로 알려진 사진

◆北 자원의 진실

암울한 상황이지만 언젠가 실현될 남북경협 시기에 우왕좌왕하지 않기 위해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리고 그 준비의 키워드는 ‘광물’이 될 전망이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양질의 노동력, 그리고 남한의 기술력과 자본이 결합해 광물자원개발을 추진한다면 통일 한반도의 국력이 부강해진다는 논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등장한 논리다.

더욱이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대인 위화도에 석유가 매장돼있다는 설까지 등장하면서 남북경협의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 바 있다.

일단 북한에는 세계 1위 매장량의 마그네사이트와 더불어 석탄, 철광석, 아연, 희토류 등이 풍부하게 부존하고 있어 연간 수십조에 달하는 광물자원 수입국인 우리나라도 활용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희토류를 향한 관심이 증폭됐다. 희토류는 학술적으로는 원자번호 57번 란타넘(La)부터 71번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과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까지의 17종류 원소의 총칭하는 원소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반도체, LED,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필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 중국 정부가 센카쿠 열도 분쟁을 이유로 일본에 희토류 원소 수출을 중단한다고 선언하면서 자원 패권주의의 또 다른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희토류는 북한 자원개발의 본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민호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 이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다루는 희토류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희토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5조 원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양 이사장은 “북한의 희토류를 개발한다면 필연적으로 환경오염과 방사능 등 부작용이 수반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희생을 감내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연간 16만8000t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5조 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양 이사장에 따르면 2012년 북한은 4대 희토류 광산이 평안북도 정주시에 1700만t, 황해남도 청단군에 2000만t, 강원도 평강군과 김화군에 1100만t 매장돼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정주시는 서해와 압록강에 인접해 있고 청단군은 서해와 남한의 인천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며 “이곳에서 수질 오염이나 토양 오염, 대기 오염이 발생하게 되면 남한에 바로 피해가 온다”고 울했다.

또 “평강군과 김화군 지역 희토류 광산은 휴전선과 아주 밀접해 있는 지역으로 이곳이 오염되면 그 오염된 물이 철원군, 화천군, 그리고 소양호 등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수도권 식수 오염까지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즉 북한의 희토류는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년 북한광물자원개발포럼’의 발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남윤환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직무대행,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 백재현 의원, 윤병로 북한광물자원개발포럼 회장, 양민호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장.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2019년 북한광물자원개발포럼’의 발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남윤환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직무대행,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 백재현 의원, 윤병로 북한광물자원개발포럼 회장, 양민호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장.

◆중요한 건 철광석, 그리고 해외자원개발

양민호 이사장은 “사실상 중요한 것은 철광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한의 연간 철광석 수입량은 약 8000만t으로 그 규모는 10조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세계 희토류 시장 가치를 남한의 수입량이 능가하는 셈이다.

양 이사장은 또 “세계 철광석 수요량은 약 15억t으로 그 규모는 180조 원이며 대부분은 북한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 한국, 일본 등에서 수입한다”며 “북한에는 현재 수십억t에서 많게는 300억t 이상의 철광석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양 이사장에 따르면 철광석 개발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그렇게 크지 않다. 그리고 철광석을 이용해 제철소를 세우면 북한에서 나오는 다른 광물자원인 석회석, 무연탄, 형석, 니켈, 몰리브덴, 크롬, 망간, 규석 등 많은 광물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양 이사장은 “북한에도 물론 제철소가 있지만, 수준이 열악하다”면서 “남한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소(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를 포스코가 운영하는 만큼 그 노하우를 북한에서 펼치기에 아주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이사장은 정체된 해외자원개발을 바라보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대한광업진흥공사이던 2003년 감사를 지낸 인물로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도 해외자원개발을 이끌어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다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일본은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민간업체들이 이미 세계를 누비면서 활동하는 반면 대한민국은 컨트롤 타워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민간의 노하우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 중에서는 그나마 포스코가 해외자원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수의 민간기업이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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