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기실 외 4개 부전기실 구축해 전력 공급 안정성 높여
초고층 건물에 필수적인 직강압방식 구현한 사례로도 눈길

104층 부전기실 전경.
104층 부전기실 전경.

‘높이, 더 높이.’ 첨단 기술력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열망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구조역학의 진보, 커튼월 공법 등 건축기술의 발전은 건물의 초고층화를 이끌고 있다. ‘랜드마크 건물’을 가졌는지가 국가 혹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 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다수 기업들이 ‘최고층’ 타이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오늘도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 시점까지 국내 최고층 건물의 타이틀의 주인공은 ‘롯데월드타워’다. 123층 높이 555m의 초고층 건물로 2017년 2월 사용승인을 취득, 국내 건축물의 역사를 새로 썼다.

특히 롯데월드타워는 초고층 건물에 수·변전설비 관련 기술을 완벽히 구현한 건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인입전압 22.9kV, 총 수전용량만 3만9500kVA에 달하는 이 건물은 주전기실 1개소와 4개 부전기실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기안전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가 시행한 ‘롯데월드타워 전기안전관리 현장교육’에 동행, 국내 초고층 건물의 수변전 설비 관련 기술력을 직접 확인해봤다. (편집자 주)

‘104층이 입력되었습니다.’ 키패드에 목적지 층을 입력한 뒤 1분여. 빠른 이동속도에 귀가 먹먹해질 때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보안카드를 태그 후 롯데월드타워 104층 부전기실로 들어서자, 탁 트인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사방 어느 한 곳 하나 막힌 데 없이 뻥 뚫린 풍광. 인파로 북적이는 꼭대기 층에선 누릴 수 없는 호사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려온다.

이날 전기안전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는 본부 직원 및 관내 전기안전관리자 30여명과 함께 전기안전관리 현장교육을 실시했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건축술로 보나, 전기설비의 측면으로 보나 초고층 건물의 전기 기술력을 살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전언이다.

이번 교육을 기획한 이창우 본부 기술진단부장은 “대용량 설비를 관리할 만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초고층 건물은 전기안전관리자들에게는 동경의 대상 중 하나”라며 “전기 설비를 살펴보면서 아직 국내에는 희박한 기술력을 직접 체감하기 위해 교육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104층 부전기실(수전용량 5000kVA)은 롯데월드타워 내부에 마련된 4개 부전기실 중 가장 높은 약 500m 높이에 위치하고 있다. 나머지 3곳은 각각 ▲21층(9000kVA) ▲39층(3000kVA) ▲73층(8000kVA)에 구축됐다.

이 처럼 고층부까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층마다 부전기실이 마련된 이유는 전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다. 초고층이 아닌 보통의 건물은 백화점 등 대규모 상가라고 할지라도 부전기실은 1개소 정도면 충분하다. 건물 높이가 높지 않으니 전기부하 또한 종방향으로 분포된다.

반면 초고층 건물의 경우 종방향으로 전기부하가 분포됨에 따라 이를 구현할 ‘직강압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수전용량이 크다보니 케이블 무게도 상당해 주전기실에서 고층부까지 직접 연결하기에 물리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이창우 부장은 “초고층 건물 수변전 기술의 핵심은 직강압방식의 구현”이라며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주전기실을 제외하고 4개의 부전기실을 구축해 전력손실을 최소화는 물론,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롯데월드타워는 이 기술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전기계 종사자들의 좋은 연구 표본이 된다”고 설명했다.

104층에서 발걸음을 돌려 지하 6층의 주전기실로 향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웬만한 운동장보다도 규모가 큰 대형 전기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롯데물산 관계자가 지하6층 주전기실에서 설비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하6층 주전기실에는 2500KVA급 비상발전기 8대가 구축돼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가 지하6층 주전기실에서 설비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하6층 주전기실에는 2500KVA급 비상발전기 8대가 구축돼 있다.

앞서 방문한 부전기실이 온전히 롯데월드타워의 전력공급을 위한 시설이라면, 주전기실은 타워는 물론, 같은 부지에 위치한 롯데월드몰·호텔 등 건물에 전력을 공급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한다.

비상발전기가 위치한 전기실 문을 열자, 대형 전차를 떠올리게 하는 크기의 발전기 8대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롯데월드몰과 타워에 각각 4대씩 배분된 비상발전기의 1대당 발전용량은 2500kVA. 일반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비상발전기 용량이 100kVA 수준이니, 2제2롯데월드 전체 시설물의 전기 사용량을 짐작할 만하다.

전체 전기설비를 책임지고 있는 경민호 롯데물산 매니저는 “2500kVA급 발전기 8대는 다른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규모”라며 “비상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필요 용량을 맞추기 위해 설비를 별도 주문했다”고 밝혔다.

주전기실 곳곳을 둘러보니 전력 및 에너지 수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설비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대표적인 예다. 제2롯데월드 단지 전체에는 ▲태양광 ▲빙축열 ▲지열 ▲연료전지 등 각종 에너지 설비가 구축돼 있다. 발전용량은 전체 사용 에너지의 15% 수준인 51만Mwh 규모로, 연간 2만3000t의 CO2를 감축하는 효과를 낸다.

경 매니저는 “신재생 설비를 활용한 감축효과는 매년 20년생 소나무 850만 그루를 심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제2롯데월드는 전력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공급을 추구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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