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스무스2.0으로 안정된 화면 지원
발열과 높은 가격은 단점

말로만 듣던 고프로 히어로8 블랙이 내 손에 들어왔다. 지난번 소니에서 브이로그 카메라 DSC-RX0M2를 발표했을 때 ‘우와! 신기하다!’하며 무작정 빌렸다가 윤중로 벚꽃 구경 정도로 그치고 심하게 반성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발표장에 갈 때부터 정확한 계획을 갖고 고프로 히어로8 블랙을 만났다.

액션캠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휴대성과 손떨림 방지를 꼽겠다. 4K네, 타임랩스네 화각이 어쩌네 하는 건 내 기준에서는 모두 나중 얘기다.

일단 이름답게 격렬한 액션 속에서 잘 찍히고, 또 그러기 위해서 휴대성이 높아야 하지 않겠냐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히어로8 블랙을 들고 처음 찾아간 곳은 강화씨사이드리조트에 있는 루지였다. 전작에 비해 더욱 강화됐다는 하이퍼스무스2.0(손떨림방지기능)을 확인할 곳으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지를 탈 때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헬멧 위에 고프로 헤드스트랩을 씌우면 되는데, 스트랩을 받기까지 시간이 부족해 킥보드를 살 때 같이 사놓고 먼지만 쌓인 헬멧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사제 마운트를 장착했다.

전작 고프로들과 달리 내장형 접이식 핑거를 채용하고 있어 마운트의 교체가 쉬웠다. 또 직접 마운트를 끼게 되면 케이스를 장착하지 않아도 돼 무게가 더 가볍다.

루지트랙은 기대처럼(?) 심하게 울퉁불퉁거렸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바닥이 고르지 않아 ‘하이퍼스무스 2.0이고 뭐고 정말 영상이 잘 나올 수 있을까’, ‘내 목소리도 떨리는데 사운드는 잘 녹음되고 있을까’, ‘주중이라서 할인받았다지만 한번 내려가는데 1만2000인데 회사에 보고도 안하고 왔는데 또 타야 하나’ 의 온갖 불길한 생각이 밀려왔다.

그 와중에 내 뒤에서 따라오는 촬영기자는 한 손에 타사의 액션캠을 들고 목숨 걸고 한 손으로 루지를 조종하고 있었다(심지어 여성 기자인데!).

세상에서 가장 쓸데 없는 게 연애인 걱정이랬나. 결과적으로 그 다음으로 쓸데없는 걱정은 히어로8 블랙의 하이퍼스무스2.0이었다.

영상에서는 강화씨사이드리조트의 평화로운 배경이 영화처럼 펼쳐지고 있는데, 나만 혼자 목소리도 떨리고, 너무 흔들린다며 세상 호들갑은 혼자 다 떠는 뻘쭘한 영상을 얻었다. 히어로8 블랙이 모욕감을 줬다.

단점은 명확했다. 고프로 측에서 정해진 날에 카메라를 수거해가지 않는 바람에 ‘주는 건가?’하는 흑심을 품고 코엑스의 어느 행사장에 촬영을 위해 가져갔다. 뛰어난 휴대성을 십분 활용해 영상을 찍던 도중 걸려온 전화에 주머니에 얼른 넣고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까맣게 잊어버릴 때 쯤, 자켓 안쪽에서 후끈한 느낌이 전달됐다. 카메라가 과열되면 고프로 히어로8 블랙은 자동으로 꺼진다. 매번 그렇다기보다 프레임을 높게 설정하고 장시간 찍으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프로 히어로8은 외관상에서도, 기능상에서도 분명 전작보다 진화된 제품이다. 특히나 하이퍼스무드2.0의 기능은 놀라울 정도다. 발열과 51만원대라는 높은 가격 등을 감안하는 것은 언제나 소비자의 몫이지만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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