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과 프랜차이즈 식당, 베이커리, 카페 등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대기업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서점도 예외는 아니다. 대형서점에 가보면 베스트셀러니 스테디셀러 등 사람들이 많이 읽는다고 알려진 책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가벼운 소재의 에세이나 비슷한 내용의 자기계발서들이 상위목록에 위치한다.

천편일률적인 책들이 지겹다면 개성 넘치는 읽을거리가 있는 독립서점은 어떨까. 독립서점에는 대형자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영혼과 철학’을 담은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골목상권의 최전선에서 오늘 하루도 힘겹지만 소소하게 자리를 지켜가고 있는 독립서점 ‘부비프(buvif)’를 소개한다.

성북구 성신여대 후문에 자리한 ‘부비프(buvif)’는 부다페스트, 비엔나, 프라하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들어서면 유럽의 어느 서재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책방지기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났다는 박은지·정요한 씨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연인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사람들에게 책이 주는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책방을 열었다고 한다. 기자 생활을 한 경험을 살려 박은지 씨는 글 쓰는 역할을 맡고, 도시계획 일을 한 정요한 씨는 사진을 찍는다.

이곳에 독립서점을 열게 된 것도 두 책방지기가 20대 대학시절을 보냈던 곳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살짝 공개하자면 성신여대는 박은지 씨의 모교이기도 하다. 이젠 둘이 돼 다시 돌아와 새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는 “부비프는 더 나은 삶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내디딘 한 걸음”이라며 “책방 안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비프 안으로 들어서면 진한 초록색의 색감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앤티크한 의자와 탁자, 노란 조명이 곁들어져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느슨하게 들려오는 재즈음악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시간마저 느리게 만든다.

책방 안과 밖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 다른 세계에 들어오는 것 같다. 목재와 종이향이 코끝에 머물고, 시선은 테이블 위에 쌓인 책으로 옮겨간다. 부비프의 시그니처 컬러인 딥그린 띠지를 두른 책들이 반듯하게 놓여 있다. 띠지에는 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써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문학, 에세이, 인문학, 그림책, 매거진 등 다양한 책들이 책장에 빼곡하다. 독립출판물과 단행본을 구분하지 않고 두 책방지기가 엄선한 ‘보물들’이다.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공간이다.

“안 팔리면 집으로 가져가 신나게 꽂아놓을 수 있는 책들을 입고합니다. 누군가의 펄떡이는 삶이 담겼거나, 읽는 이의 세계를 확장하거나, 영혼을 충만하게 하거나, 다 떠나서 그냥 재밌거나, 책이 예쁘거나, 그래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거나 하는 책들을 주로 취급하죠.”

문을 연 지 11개월밖에 안 됐지만 어느덧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이가 부쩍 늘었다. 지역주민부터 인근 대학생, 직장인, SNS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게 이곳의 특징. 새로운 책을 만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이들이다. 책을 사러 왔다가 두 책방지기와 수다를 떨고 가는 것은 덤이다.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 복덕방스러움은 부비프가 간직한 또 다른 매력이다.

이곳의 숨겨진 비밀 중 하나는 책방에 혼자와야 알 수 있다. 혼자 있을 때만 구입할 수 있는 ‘릴레이 비밀책’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책방에 아무도 없는 시간, 책방지기에게 요청하시면 책을 꺼내드립니다. 이 책은 손님들이 아끼는 책이에요. 포장을 열면 책 한 권과 추천한 이의 편지가 들어있습니다. 릴레이 비밀책을 구입하시면 다음 손님을 위한 책을 알려주고 가셔야 해요. 물론 편지도 쓰셔야 하고요.”

그 밖에도 글쓰기 모임, 저자와의 만남,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들어보는 토크 콘서트, 명상클래스, 드로잉클래스, 낭독 모임 등 그때그때 재밌는 이벤트들이 열린다.

문 밖을 나서면서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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